[청계광장]다른 인더스트리로 이직하는 후배에게

머니투데이 기광국 P&K피부임상센타 전략기획실 상무 2023.09.1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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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용품 회사에서 IT업계 마케팅 직군으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이직을 고민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후배가 있었다. 물어보는 이유는 아마도 필자가 외국계 생활용품 회사로 입사해서 로컬 식품대기업을 거치고 글로벌 IT기업을 경험하고 나서 현재의 화장품업계까지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활용해 전혀 다른 인더스트리들을 다양하게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케팅이라는 영역이 워낙 넓은 스펙트럼으로 이해되다 보니 경험한 각 회사에서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가 너무 달라서 수행한 업무나 참여 프로젝트가 매우 상이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 마케팅 지식이 근본부터 부정되고 새롭게 재정립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인더스트리로 가려고 용기를 내는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각 인더스트리에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다 보니 성공을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개인적인 반성과 다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먼저 새로 옮겨가는 인더스트리의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돌아가신 이건희 회장이 1980년대 후반 신라호텔 임원에게 업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임원은 '서비스업'이라고 답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임원은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장치산업과 부동산업'이라는 본질을 파악했다고 한다. '업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직장에서 공식을 억지로 대입하려고 하면 고생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을 들여 옮겨간 인더스트리의 시장정보와 기본지식을 최대한 빠르게 습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옮겨간 직장의 축적된 내용들을 스펀지처럼 습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이전 방식과 지식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인더스트리에 대한 기본을 이해하고 그 위에 자신이 다른 곳에서의 차별화 요소를 활용해 새롭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고객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가 바뀌면 고객에 대한 정의는 전혀 다르게 변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옮긴 분야에서 새로운 고객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고 이를 이해해야 한다. 모든 마케팅은 고객과의 연애과정처럼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겸손해야 한다. 특히 큰 기업에서 작은 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자신이 큰 기업에서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를 자신이 완전히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고 옮겨간 기업의 프로세스나 조직문화에 비해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옮겨간 기업에서의 모든 지식과 프로세스는 기존 구성원들의 고민의 산물이고 많은 땀과 시간을 들여 축적된 자산이므로 왜 이렇게 축적됐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큰 기업에서의 차별화한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배경지식 없는 단순한 접목에는 무리가 따르게 되고 부적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에서 깨닫게 된 이 3가지를 후배에게 조언해주고자 한다. 후배가 새로운 인더스트리에서도 마케팅 전문가로서 성과를 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경험상 어느 누구도 새로운 직장에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다른 인더스트리에서의 경험은 분명 남들과 다른 중요한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위 3가지의 항목을 먼저 돌아보고 다른 인더스트리에서의 경험이 추가된다면 더욱 높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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