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사진=김도현 기자
이처럼 지난 반세기 국내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공급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이곳 울산CLX가 변화를 준비한다.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초 재활용 복합공장 구축을 준비 중이다. 탄소감축과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에 나서며 울산CLX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머지않은 미래에 재활용 방법이 없어 매각·소각됐던 우리 주변의 쓰레기가 울산CLX에서 미래에너지 자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ARC에서 '화학적 재활용'을 선보인다. 물리적 재활용은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쓰레기만 잘게 쪼개는 방법으로만 재활용할 수 있어 반복적인 재활용이 어렵다.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오염도·색상과 상관없이 폐플라스틱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평가된다. 울산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게 된다.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21만5000㎡ 규모의 SK지오센트릭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부지 /사진=김도현 기자
울산ARC에서는 이 열분해 후처리유 중 일부를 울산CLX 나프타분해설비에 투입한다. 이 설비는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를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를 대신해 쓰레기가 화학제품 원료로 쓰이는 '순환경제'가 완성되는 것으로, 일상에서 버린 쓰레기가 다시 화학제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SK지오센트릭 자체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1톤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할 경우 소각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2.7톤가량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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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적 근거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 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게 돼 있다. 석유대체연료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열분해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 투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하는 등 규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현행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상임위 심사를 앞뒀다. '석유에서 유래한 것을 재활용'했다면 석유 이외의 원료로 인정하고, 석유정제업자가 이 원료를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도록 허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이 자원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가 오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면서 "SK지오센트릭은 선제적 협력망 구축을 통해 국내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80~90%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울산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난 최태원 SK 회장은 "SK그룹 계열사 전체가 울산에 추진하는 친환경 투자만 8조원에 이른다"며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플라스틱 100% 재생이 SK그룹의 목표며 SK지오센트릭의 울산ARC 등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