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사진=이광재
이번에도 국가는 몰랐다. 아니, 알았지만 어찌할 줄 몰랐다. 여성은 이미 2년 전 네 차례, 올해 한 차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로 선정됐다. 건강보험료 56개월, 가스비 3개월, 공동주택관리비 6개월, 심지어 통신비까지 체납됐다. 동 주민센터에서 우편을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주소지 방문도 했다. 그러나 원룸 호수를 몰라서 만날 수 없었다. 고작 서너 자리 숫자를 몰라 스러져가는 목소리를 놓쳤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아픔을 잘 모르는 나라다.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현금 70만 원을 남기고 스러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은 삶을 내려놓으며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미안할 일인가. 2020년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서초구 방배동에서도 그랬다.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 발달장애 아이가 남긴 메모를 보고,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이 지난 엄마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또 3년이 흘렀다.
이제 적극적인 발굴 복지로 나아갈 때다. 기본은 정확한 국가 통계다. 코로나 초기 재난지원금을 줄 때, 소득 파악이 어려워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국민의 질타가 이어졌다. 스웨덴은 개개인의 삶을 40여 개 지표로 나눠 낱낱이 기록한다. 정부가 매년 데이터를 모아 이를 기초로 정책을 추진한다.
어려운 이웃을 조기 감지하는 지표가 있다. 전기, 수도요금 등 몇 가지만 파악해도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39종 위기정보 빅데이터를 모은다. 수집 대상을 더 넓히고, 분석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 위기정보가 즉각 현장 주민센터로 전달되고, 신속히 피드백이 이뤄지는 살아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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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피를 차별하지 않는다. 인간의 몸 구석구석 실핏줄을 하나로 이으면 9만6000㎞, 지구를 두 바퀴 반 돈다. 피가 통하지 않으면 손발이 차가워진다. 고도화된 인간의 몸처럼, 국가도 국민의 삶이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국가를 믿고 살아갈 수 있다. 행복한 국민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요즘 많은 사람이 묻는다.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절박한 과제가 많건만 100년 전 이념논쟁이 뉴스를 채우고 있다. 과거와의 싸움은 멈추고 미래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의 마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