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진다고 했지?" 고무된 中, 꼬리에는 부동산 불씨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김하늬 기자 2023.09.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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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경제지표 개선, 부동산 지표는 급락…
中 지급준비율 낮춰서 91조원 추가 공급

[슝안신구=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각) 허베이성 슝안신구에서 도시 간 철도역과 국제무역센터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3.05.11.[슝안신구=신화/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각) 허베이성 슝안신구에서 도시 간 철도역과 국제무역센터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3.05.11.


중국 경제지표가 일제히 회복 흐름을 보이며 침체 국면에 있던 중국 경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침체된 내수는 여전히 위기요소다. 중국 정부가 또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며 유동성 공급에 나선 가운데, 턴어라운드의 마지막 퍼즐 격인 부동산 경기부양에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소매·생산 늘고 실업률 줄었다.. 中 지표 바닥 쳤나
[베이징=AP/뉴시스] 18일 중국 베이징 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2023.04.18.[베이징=AP/뉴시스] 18일 중국 베이징 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 2023.04.18.
중국국가통계국은 15일 개선된 주요 경제지표를 무더기 발표했다. 내수경기의 가늠자 격인 8월 소매판매(백화점·마트·편의점 등)는 3조7933억위안(약 693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 늘었다. 로이터의 예상치 3.0%를 상회하는 수치이며, 6~7월에 비해서도 높다. 비공식 소비지표 격인 온라인 소매판매는 9조5387억위안(약 1743조원)으로 12.1% 늘었다. 여러모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용과 소득 등의 선행지표인 산업생산도 8월 전년 동월 대비 4.5% 늘어나며 시장 전망치인 3.9%를 웃돌았다. 특히 제조업 부문 생산이 5.4% 늘며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유형별로 국영기업 생산이 5.2%, 합자기업이 5.7%, 민자기업이 3.4%씩 늘어 중국 공산당이 구상하는 국영기업 주도 경제재편이라는 정책방향과 일치했다.

실업률도 개선됐다. 같은 달 중국의 전국 도시조사 실업률은 5.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발표 예정이었던 7월분부터 통계발표가 사라진 청년(16~24세) 실업률은 8월에도 발표되지 않았다. 1~8월 고정자산투자(농촌 제외)는 32조7042억위안(약 597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앞서 발표됐던 8월 지표들도 개선 조짐을 보였던 터다. 8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을 기록했다. 시장전망치인 0.2% 상승엔 미치지 못했지만 7월 마이너스로 비상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상황이 호전됐다. 생산자물가는 3.0% 하락했지만 역시 하락폭을 줄였다.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에 따른 침체) 우려가 일부 진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무된 中.."서방이 비방해도 우리는 성장한다"
중국의 한 항만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중국 인민일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 사진을 온라인 사이트 메인에 게시해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사진=글로벌타임스중국의 한 항만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중국 인민일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 사진을 온라인 사이트 메인에 게시해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8월 이뤄진 내수확대와 리스크 축소 조치들로 인해 산업 및 서비스생산이 가속화하고 국내 수요는 늘어났으며 고용과 물가 상황이 개선됐다"며 "당 중앙위원회의 영도에 따라 국내수요를 늘리고 개혁개방을 확대해 경제운영의 지속적 개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밖에서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중국발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제지표가 회복되면 최소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차단할 수 있다는게 주요 시장의 해석이다. 로이터는 이날 중국 경제지표를 근거로 "침체 국면이던 중국 경제가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블룸버그도 전날 지표개선을 전망하며 "최악의 경기하강 국면은 지나가고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성과 띄우기에 나섰다. 이들은 "서방 관료들과 언론이 중국 경제가 붕괴한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동 캠페인을 벌여 왔다"고 비방하며 "중국은 여전히 성장 원동력 중 하나인 투자에 중점을 두고 전반적인 경제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투자가 둔화돼도 신산업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는게 중국 측 주장이다. 미래인프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인민일보는 "올 상반기 5G 및 친환경차 등 신산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2%, 주요 에너지프로젝트 투자는 23.9% 늘었고 1~7월 전자상거래와 서비스 투자는 14.2%, 22.2% 늘었다"며 "1~7월 3.4% 늘어난 고정자산 투자만 봐서는 최적화된 중국의 투자를 다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준율 인하해 91조원 추가 공급..마지막 부동산 퍼즐도 맞춰질까
꺾이는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 추이/사진=중국국가통계국꺾이는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 추이/사진=중국국가통계국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또 다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기 부양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밤 시중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25bp(1bp=0.01%포인트) 내렸다. 중국 정부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 3월 이후 올 들어 두번째다. 언론은 이번 조치로 시장에 5000억위안(약 91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호한 지표와 유동성 폭탄에도 시장의 반응은 일단 중립적이다. 전날과 이날 상승세를 보인 미국과 일본 증시와 달리 상하이종합지수는 시종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준율 인하와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감이 걷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큰 뇌관 격인 부동산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점이 부정적 요소다. 이날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전국 70대 주요도시 신규 주택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1% 내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소폭 회복됐지만 선전과 광저우 등의 하락폭이 컸다.

부동산 투자도 감소 일로다. 1~8월 전국 부동산 개발투자는 7조6900억위안(약 140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줄었다. 상업용 주택매매는 면적이 7.1%, 금액이 3.2% 줄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가용자금은 12.9% 줄었고, 부동산 개발 활기를 재는 부동산개발붐 지수는 93.56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항셍은행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 댄 왕은 "중국 정부는 관광이나 엔터 분야 소비가 늘어나는데 주목하고 있지만 이런 수치는 당장 눈길은 끌 지언정 결코 중국 경제의 기둥이 될 수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중국 정부가 경제 면에서 주택(부동산)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한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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