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우려가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싱가포르다. 다문화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화교는 점차 중국 정부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2002년 퓨리서치센터가 19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시진핑에 호의적인 국가는 오직 셋 뿐이었는데 싱가포르가 그 중 하나였다. 그해 6월 유라시아그룹재단이 싱가포르, 대한민국, 필리핀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 싱가포르는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호감이 큰 유일한 국가였다. 싱가포르인 응답자 중 미국에 호의적인 이들은 절반이 되지 않은 반면, 중국에 호의적인 응답자는 56퍼센트를 기록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타국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는 지난해 발효됐다. 정부는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을 향해 "적대적인 외국의 영향력과 공작"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싱가포르인과 중국인의 정체성 차이에 대해서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동남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나 중국의 국내정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메시지는 이미 싱가포르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여기에는 중국어로 발행되며 싱가포르 정부의 오랜 지원을 받아온 주요 매체가 포함돼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매체인 '롄허짜오바오'(?合早?)는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의 입장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과거 롄허짜오바오의 논조는 싱가포르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취하던 신중한 중립을 반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신장 지역의 인권 침해 증거를 부정하거나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외세"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오늘날 중국에서 내놓는 가장 성마른 선동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가 롄허짜오바오가 2022년부터 2023년 초까지 발행한 기사 70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게다가 롄허짜오바오는 2016년 이후 적어도 두 명의 중국공산당 관료가 자신의 소속을 명시하지 않은 채 그저 중국 문제 전문가를 자처하며 쓰는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덩칭보(??波)는 후난성 온라인 여론관리부에 재직하며 온라인 선동과 댓글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자급 인물이다.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딩쑹취안(丁松泉)은 저장성 소재 후저우대학교의 공산당 위원회 소속으로, 저장성 교육 분과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 왔다. 홍콩 소재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 싱윈차오(邢云超)는 때로 같은 원고를 '중국일보'와 롄허짜오바오에 동시 기고함으로써 중국 관영언론과 싱가포르 민영언론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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