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화교에게 손 뻗는 중국공산당[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2023.09.17 06:00
글자크기

편집자주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입니다. 거대한 이웃 국가들에 둘러 싸인 인구 500만의 이 작은 섬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의 특별한 협력관계 때문입니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잇는 말라카해협 입구에서 해양통제에 미국과 협력하고 그 대신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싱가포르 생존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중화민족'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해외 화교들에게 접근하면서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정부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통일전선' 공작에 따라 어떻게 중국 영향력의 촉수를 싱가포르 사회 깊숙이 뻗치고 있는지 상세히 보도합니다. 중국계(화교)가 '인종의 섬'을 이뤄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인이라는 정치적 내셔널리즘과 중국인이라는 혈통적 내셔널리즘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인종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로 손꼽히는 워털루가에는 중국 사당, 음식점, 신문 가판대가 힌두교 사원과 유대교 사원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Amrita Chandradas (Washington Post)다인종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로 손꼽히는 워털루가에는 중국 사당, 음식점, 신문 가판대가 힌두교 사원과 유대교 사원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Amrita Chandradas (Washington Post)


중국이 빠르게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해외 화교 커뮤니티에 대한 거창한 구상을 제시했다. 화교 커뮤니티가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도하는 강력하고 단합된 힘에 일조"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공유된 미래"를 구축한다는 부드러운 수사법이 종종 동원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마치 주문을 외듯 화교 공동체를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을 위한 수단으로 홍보하곤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타국 시민들 중 자국에 충성할 사람들을 찾고자 한다는 말은 중국이 화교 거주 국가의 국론 분열을 추구한다는 말과 같으며 이는 중국과 대만 밖의 화교 인구 중 80퍼센트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 권역의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싱가포르다. 다문화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화교는 점차 중국 정부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2002년 퓨리서치센터가 19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시진핑에 호의적인 국가는 오직 셋 뿐이었는데 싱가포르가 그 중 하나였다. 그해 6월 유라시아그룹재단이 싱가포르, 대한민국, 필리핀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 싱가포르는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호감이 큰 유일한 국가였다. 싱가포르인 응답자 중 미국에 호의적인 이들은 절반이 되지 않은 반면, 중국에 호의적인 응답자는 56퍼센트를 기록한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따를 정도로 어리석은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너무 많아지면 싱가포르 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다인종 사회 통합은 파괴되고 말 겁니다."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을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의 말이다. "한번 파괴되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죠."



싱가포르 정부는 타국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는 지난해 발효됐다. 정부는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을 향해 "적대적인 외국의 영향력과 공작"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싱가포르인과 중국인의 정체성 차이에 대해서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동남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나 중국의 국내정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메시지는 이미 싱가포르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여기에는 중국어로 발행되며 싱가포르 정부의 오랜 지원을 받아온 주요 매체가 포함돼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매체인 '롄허짜오바오'(?合早?)는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의 입장 변화를 잘 보여준다. 과거 롄허짜오바오의 논조는 싱가포르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취하던 신중한 중립을 반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신장 지역의 인권 침해 증거를 부정하거나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외세"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오늘날 중국에서 내놓는 가장 성마른 선동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가 롄허짜오바오가 2022년부터 2023년 초까지 발행한 기사 70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게다가 롄허짜오바오는 2016년 이후 적어도 두 명의 중국공산당 관료가 자신의 소속을 명시하지 않은 채 그저 중국 문제 전문가를 자처하며 쓰는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덩칭보(??波)는 후난성 온라인 여론관리부에 재직하며 온라인 선동과 댓글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자급 인물이다.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딩쑹취안(丁松泉)은 저장성 소재 후저우대학교의 공산당 위원회 소속으로, 저장성 교육 분과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 왔다. 홍콩 소재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 싱윈차오(邢云超)는 때로 같은 원고를 '중국일보'와 롄허짜오바오에 동시 기고함으로써 중국 관영언론과 싱가포르 민영언론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