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는 모두 여성, 연령대는 중학생부터 70대까지첫 사건 이후 추가 사건은 약 한 달 뒤인 10월 20일 밤 발생했다. 20대 여성이 성폭행당한 후 피살됐다.
3차 사건 이틀 만인 그달 14일에 4차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또 20대 여성이었다. 이 여성 역시 성폭행 후 피살됐다. 사체는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한동안 범행은 발생하지 않다가 1988년 9월 7일 7차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돕고 집에 귀가하던 50대 여성이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됐다. 8차 사건은 10여일 만에 발생했다. 집에서 자고 있던 13세 소녀가 성폭행 후 살해됐다.
1990년 11월 15일 발생한 9차 사건 피해자도 10대 소녀였다. 이후 5개월 뒤 10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60대 여성이었다.
경찰 용의자 특정도 못해…미제로 남은 연쇄 살인사건 초기 경찰은 1~4차까지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연쇄 살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초동 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하며 언론의 관심이 커지자 그제야 경찰은 범인 검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연간 200만명이 넘는 경찰이 사건이 투입되는 등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인력이 동원됐다.
하지만 수사 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 탐문 수사 위주로 진행되며 범인 특정도 하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남고 말았다.
30년 만에 찾아낸 진범…조회해보니 이미 교도소 수감 중

1990년 11월 13일 여중생이 성폭행당한 후 살해된 사건에서 한 남성 DNA가 검출됐다. 이를 현재 수감자의 DNA 데이터베이스 조회하자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범인은 과거 충청북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25년째 수감 중인 이춘재였다. 이후 해당 DNA를 더 대조한 결과 화성 연쇄 살인 10건 가운데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했다.
이춘재는 처음에는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연이은 경찰과 프로파일러 조사 끝에 2019년 9월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14명이고, 34건의 강도·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진범은 나" 법정 자백 이춘재…"손 예쁜 여자가 좋아" 황당 답변

법정에서 변호인이 "그동안 교도소에서 자백한 14건의 사건과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느냐"고 묻자, 이춘재는 "예,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판사가 자백 계기에 관해 묻자 그는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다음에 형사인 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연쇄살인 사건 10건 중 9건(8차 제외)에 대해 증언하라고 했는데, 그걸 빼고 진술하면 진실이 될 수 없어서 범행 모두를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자백 당시 '왜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졌냐"는 질문에 "손이 예뻐서 그랬다.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은 그의 자백과 DNA 일치 등 증거에도 불구하고 공소 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으로 재수사 1년 6개월만인 2020년 12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