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북러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깰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당일 국영매체 로시야1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를 이행 중"이라면서도 "러시아는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발언은 보다 직설적이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는 "대북제재는 러시아가 아닌 유엔 안보리 이름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북한, 중국에 불만 있는 듯…김정은 초조할 것"일본 매체들은 김 위원장 역시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개시한 '무기개발 5개년 계획'이 올해로 중반을 맞았음에도 핵심과제인 정찰위성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 북한은 지난 5월과 지난달 위성발사 실패 이후 10월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는 "김 위원장은 무기개발 5개년의 전환점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며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은 한미일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의 지원이 있다면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북러회담으로 북중러 관계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끝나면 (김 위원장이) 우선 베이징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며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우선한 것은 북한이 중국 측에 경제지원 등을 이유로 불만을 안고 있다는 뜻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관계 강화를 둘러싸고 중국은 침묵하고 있다"며 "국제법을 무시한 침공으로 국제적 고립이 깊어지고 있는 러시아나 핵 미사일 개발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는 북한과 관계를 좁힌다면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러 사이 애매해진 중국 입장…관영매체 "서방이 몰아붙인 결과" 마오닝 외교부 중국 대변인은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북러회담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두 나라 간의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은 정상 간 합의에 따라 교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을 향한 북한의 불만이 작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감안한 발언으로 읽힌다.
같은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북한과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마주했다"며 "이미 러시아와 서방은 '디커플링'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서방이 북한과 러시아를 몰아붙일수록 심각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과 동북아시아 안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디커플링은 중국이 미국의 무역제재를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공식 외교채널이 아닌 언론을 통해 서방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