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금리 조기 해소될 것이란 생각, '섣부른 예단' 될 수도"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09.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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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은석 동향분석팀장(왼쪽부터),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3.6.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은석 동향분석팀장(왼쪽부터), 방홍기 정책기획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김병국 정책협력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3.6.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이 "현재의 국제적인 고금리 환경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생각이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단 시장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성장세를 점검하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방향 등을 정리한 보고서로 한국은행법에 따라 매년 2회 이상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한은은 현재 3개월마다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은은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통화정책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인플레이션 목표수준 안착 △성장세 회복 지원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 △주요국 통화긴축 장기화 가능성 및 금융시장 파급영향 등을 제시했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이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주택시장의 경우 지난해 빠른 가격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하락세가 둔화를 보이더니 지난 7월부터 상승전환했다. 거래량도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전환한 상태다. 증가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은은 내년도 서울지역 공급 감소, 세제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주택가격 반등 흐름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반면 고금리 지속, 전세가격 하락 등은 주택가격 상승 및 매매 거래량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진단했다. 주택가격 방향에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있다는 의미다.



가계대출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 수요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주택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 조절, 인터넷전문은행 주택담보대출 현황 점검 등이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역대 최대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레징(부채 축소)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미국이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연준이 현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종료하거나 최대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내년 중반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다.

한은은 "다만 견조한 고용상황 등에 따른 양호한 경기 흐름, 연준이 물가상승률의 목표치 수렴에 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 변화는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움직임에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물가의 경우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가 축소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4%까지 반등했고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의 방한 단체관광 재개와 초과저축으로 인한 수요측 압력, 공공요금 인상 관련 불확실성 등이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특히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전문가에 비해 그 수준이 높고 한번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수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및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외여건 변화로 국내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음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정부는 올해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중국발(發) 리스크, 미중 갈등 등으로 대외수요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중수출 부진 등으로 본격적인 수출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가계 구매력 약화와 민간 투자여력 위축 등으로 경기 회복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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