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고 공부해!" 이 말 이젠 안 돼요…K-디스플레이 살릴 이 시장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9.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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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사진 = 최헌정 디자인기자


불황에 신음하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돌파구를 찾았다. 규모가 작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게이밍 디스플레이가 주인공이다. 모니터 외에도 TV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다. 높은 수준의 스펙(성능)과 폼팩터(외형)를 필요로 해 유럽·일본은 물론 중국보다 기술 우위에 있는 국내 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 업계는 투자를 서둘러 디스플레이 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인한 지속적인 수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올해 상반기 디스플레이 수출이 76억 5000만달러(한화 약 10조원)이라고 집계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9.2% 줄어든 규모다. 특히 LCD(42.5% 감소) 외에도 국내 기업의 주력 부문인 OLED(23.3% 감소) 수출량 감소가 치명적이다.



반면 게이밍 디스플레이 시장은 하반기에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모니터 외에 중형·대형 TV까지 게이밍에 활용되는 경우가 늘면서 외형 확장이 불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세계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올해 12조원에서 2033년 23조 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여기에 TV와 이동식 스크린, 차량용 디스플레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는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올레드(OLED) 기술을 앞세운 LG디스플레이가 가장 적극적이다. 대형 패널 사업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나, 높은 성능을 갖춘 중소형 게이밍 디스플레이로 수익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부터 게임용 27형 올레드 패널과 45형 울트라 와이드 올레드 패널 양산을 시작했으며, LG전자 외에도 에이수스·커세어 등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OLED와 OLED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역시 경쟁사에 비해 순도 높은 색상 구현력과 명암비, 디자인 유연성 등을 앞세웠다. 삼성전자의 최신 노트북(갤럭시북3 울트라)과 델·MSI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특히 델·MSI의 34형 QD-OLED 모니터는 미국 비디오전자공학협회로부터 우수한 블랙 표현력을 인정받아 '디스플레이 HDR 트루 블랙 400' 인증을 획득했다.

게임 회사나 e스포츠 구단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게임업체 하이브IM과 함께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3'에서 화질 마케팅에 나섰다. 게임쇼에는 맏형 삼성전자도 참여해 세계 최초 듀얼 UHD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9'를 공개하며 지원사격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해외 e스포츠 구단인 DRX와 후원 계약을 맺고 게임용 OLED 성능을 홍보하고 있다.

업계는 높은 주사율과 빠른 응답속도, 낮은 눈 부담을 요구하는 게이밍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후발 주자의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게이밍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기술 수준이 높으면 많이 팔리는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것은 다른 국가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격차가 벌어진 시점에 투자를 늘려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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