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로 몰아…숨진 대전 교사, 상상도 못 할 민원 시달렸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09.1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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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지난 8일 재직했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지난 8일 재직했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4년간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을 한 가운데 그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이유가 공개됐다. 해당 교사 A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YTN 뉴스라이더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시험시간에 뒤돌아본 학생에게 '넌 0점'이라고 말해 아동복지법으로 고소당했다.

또 색종이를 갖고 놀았다는 이유로 혼내서, 다른 학생의 책에 우유를 쏟은 학생에게 똑같이 책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야단쳐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린 학생에 대해 다른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 묻고, 교장실로 데려가 지도를 받게 한 뒤에 혼자 교실로 돌아오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복지법 위반 고소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박소영 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정상적인 발달에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위축됐다, 불쾌감을 느꼈다 등이 모두 근거가 된다. 얼마든지 교사를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교사 A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10개월간의 시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사실 10달의 시간도 길지만, 일반적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교사는 수사받게 되고 이것이 기소 처분이 나면 거기에 대한 수사를 또 받게 되는데 그런 과정 중에 교사를 대변해 주거나 보호해 줄 만한 변호사를 학교에서 지원해 주지 않는다. 교사 A씨도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A씨는 아동학대로 고소되기 전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신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당시 4명의 아이가 한 명의 아이를 괴롭혔다는 증언들이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 학폭위가 열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누구와 누구의 학폭일까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상상하지도 못하게 A씨가 가해자로 돼 있는 걸 알게 됐다"면서 "변호사분께 의뢰해보니 이런 경우는 본인도 처음 봤다고 했다"고 했다.

A씨 유족 측은 생전 고인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전날 A씨의 유족과 자문 변호사, 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학부모 4명을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 강요, 협박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대전시교육청에는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 순직 처리를 요청할 계획이다.

고인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당시 근무했던 학교의 관리자에 대해서는 교보위 미개최 사유, 학폭위 결정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2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했던 40대 A씨는 지난 5일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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