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캡 쓰고 1시간 기다렸다…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항소 또 항소[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3.09.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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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자신과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여성 역무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22.9.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자신과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여성 역무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2022.9.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년 9월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3년 가까이 스토킹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전주환(당시 31세)이었다.

전주환은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화장실 칸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계획 범행이었다는 정황은 여럿 확인됐다.



피해자 살던 집 찾아간 전주환…우산 써 못 알아볼까 강수량 확인
전주환은 사건 당일 오후 2시30분쯤 피해자가 살았던 서울 은평구의 6호선 구산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피해자를 만나지 못한 전주환은 오후 6시쯤 구산역 역무실에서 내부망인 서울교통공사 통합정보시스템(SMERP)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와 야근 일정을 확인한 뒤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해 신당역으로 이동했다.



전주환은 여자 화장실에서 1시간 10여 분 동안 피해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흉기에 찔린 피해자는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1분 여 만에 도착한 역사 직원 2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 시민 1명이 현장에서 전주환을 진압해 경찰에 넘겼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피해자는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날 밤 11시30분쯤 숨졌다.


3년 간 전화·문자만 350여 회 '스토킹'…피소 후에도 연락 지속
전주환은 2019년 11월부터 불법 촬영물을 보내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350여 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는 등 피해자를 스토킹했다.

피해자는 2021년 10월 불법촬영 등으로 전주환을 고소했고,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 처리됐다.

서울서부경찰서는 전주환을 긴급 체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증거 인멸 우려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피해자를 한 달 간 신변 보호 대상자로 등록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종료했다. 불구속 상태였던 전주환의 운신이 자유로웠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없었던 셈이다.

전주환은 이후로도 합의를 종용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했고, 피해자는 전주환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또 고소했다.

전주환은 피해자로부터 첫 고소 당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2월에야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강요)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6월에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전주환은 징역 9년이 구형된 상태였으며, 사건 다음날인 15일에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었다.

범행 계획 정황…강수량 확인→위치 감추는 앱 사용
스토킹 등과 관련한 재판에서 전주환은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속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전주환은 범행 직전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동선을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 GPS 위치를 실제와 다른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앱을 사용했으며, 휴대전화 초기화로 9월 5일 이전의 내용은 남아있지 않았다. 또한 1회용 위생모자와 장갑을 준비하고, 혈흔이 묻을 경우를 대비해 겉감과 안감의 색깔이 다른 양면 점퍼를 입었다.

전주환은 피해자가 살던 지역의 강수량까지 확인했다. 당시 태풍이 북상하고 있었기에 피해자가 우산을 쓸 경우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어 이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여성을 피해자로 착각해 7분 가까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검찰, 전주환 '사형' 구형…1심 징역 40년→항소심 무기징역 선고
검찰은 지난 1월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전주환에 사형을 구형했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은 전주환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소각장을 검색해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에 재범 위험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전주환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5년 간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 스토킹 사건 1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 받은 상태였다.

이후 지난 7월 전주환은 항소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스토킹 사건과 보복 살인 사건이 하나로 병합되면서 형량이 높아졌지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보다는 낮은 형량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5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성폭력·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씩 이수를 명령했다.

전주환은 1심 재판에서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이를 불복해 상고했다. 상고장이 접수되면 상급심(대법원) 판결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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