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도시의 속마음'으로 통할 이심전심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9.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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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테나뮤직/사진=안테나뮤직


가수 이진아의 음악은 계산되지 않고 자연스럽다. 음악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솔직한 이진아라는 사람이 그렇다. "너무 걱정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우려된다"고 말하다가도 "그런데 수록곡을 같이 들으면 걱정이 풀릴 것 같다"고 금세 번복하는 모습까지 말이다. 투명한 모습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진아가 모든 도시인들에게 통할 수 있는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진아는 13일 정규 3집 '도시의 속마음'을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2018년 발매한 정규 2집 '진아식당 Full Course' 이후 약 5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앨범이다. '도시의 속마음'은 친숙하지만 무섭고, 거대하지만 공허한 도시의 내면을 세밀하게 관찰해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속마음을 어루만지는 앨범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인터뷰에 나선 이진아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다"며 컴백 소감과 앨범 이야기를 전했다.



"정말 기쁘고 설레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돼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까? 생각보다 안 좋아해주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도시라는 주제를 정한건 아니에요. 한곡 한곡 만들다보니 생각보다 도시에 관련한 제목도 많고 노래도 많아서 '도시의 속마음'이라고 지으면 연결될 것 같아 앨범 명을 짓게 됐어요."

'도시의 속마음'이라는 타이틀을 썼지만, 이는 결국 이진아의 속마음이다. 나아가 도시를 살아가는 모두의 속마음이기도 하다. 이진아 역시 "제가 느끼는 것을 듣는 분들이 같이 느꼈을 때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를 내놓았다.



"제가 소소한 사람이라 어려운 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쉬운 걸 좋아해요.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쉽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만져질 수 있고 느껴봤던 것들로 노래를 만드는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듣는 분들이 같이 느꼈을 때 기분이 좋아요. 이번 앨범을 듣고 '내 얘기 같다' 아니면 '그림이 그려진다'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는 '힘이 난다'는 말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안테나뮤직/사진=안테나뮤직
'도시의 속마음'은 'My Whole New World'부터 '말'까지 총 12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곡은 2번 트랙 'Mysterty Village'(미스터리 빌리지)와 4번 트랙 '도시의 건물'이다.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곡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도시'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12곡이 담겨서 한 곡만 타이틀로 하기에는 아쉬웠어요. 그래서 현실 속 도시, 상상 속 도시를 대표하는 두 곡을 타이틀로 정했어요. '미스터리 빌리지'는 현실에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꾸며본 노래에요. 요즘 특히 화면이나 휴대폰을 많이 보는데 거기서 오는 단점을 조심히 하자는 내용이에요. 세상이 주는 가치관이나 안 좋은 것들에 휘둘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도시의 건물'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일기장처럼 바라보고 만든 노래예요. 건물을 보면 멋있다는 사람이 만들었다는게 신기하고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건축·건물이 가지는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봤어요."

그 외에 이어지는 수록곡 역시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스텔라장, 박문치, 홍진호, 이효리, 이상순 등이 피처링과 프로듀싱, 연주로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함께 참여한 마지막 트랙 '말'이 눈길이 간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계획적으로 피처링을 맡긴 게 아니라 만들 때 어울릴 것 같은 분에게 요청했어요. 원래는 제가 피아노를 치면서 혼자 하려고 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집에 가는데 문득 이효리 선배님이 불러주시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도 그걸 어떻게 하겠나' 싶어서 마음을 접었는데 제 연주 영상에 효리 선배님이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운명이다 싶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어요. 효리 선배님도 '말'이라는 주제가 요즘에 생각하던 주제라고 하시면서 수락해주셨어요. 그 주에 제주도로 가서 녹음을 받아왔어요. 상순 선배님이 기타도 쳐주셔서 더 따뜻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안테나뮤직/사진=안테나뮤직
소속사 안테나 뮤직은 '도시의 속마음'에 대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이 창작된 이진아식 환상곡의 정수'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평가에 걸맞게 이진아는 수록곡 곳곳에 다양한 변주를 두며 앨범을 완성했다.

"보통의 곡은 짜여진 틀이 있는데 굳이 따라가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었어요. 물론 똑같은 틀을 따라간 것도 있지만, 새로운 길로 가는 구석들도 있어요. '여행의 끝에서' 중간 부분에는 코드 진행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My Whole New World' 에는 제가 속마음에 숨겨놓은 비밀들을 담기도 했어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이진아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진아 역시 "자연스러움이 저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저에게 중요한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너무 억지로 하는 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약간의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을 만들때는 '내 안에서 나오는 걸 풀어내자'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항상 긍정적인 모습으로 위로를 건네는 이진아에게 슬럼프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이진아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여있었다며 여행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제 자신을 푸시하면서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50일 정도 다녀왔어요. 재즈 음악 하시는 분들의 공연을 매일 봤는데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것을 잊어서 힘들었던 것 같고 순수함을 되찾는 계기가 됐어요. 비워내는 시간을 보내니 다시 채우고 싶은 마음도 들더라고요.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요. 놀고 싶고 자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완벽하지 않은게 당연하니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내용을 'Accepting'이라는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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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싱글 '람팜팜'을 공개하고 올해 12곡의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이진아는 그 사이에 있던 슬럼프를 이렇게 빠르게 극복했다. 이진아는 "너무 투정 부린건 아닌가 싶다"면서도 이런게 자신의 성격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슬럼프 슬럼프 자랑하고 다녔지만, 열심히 살았고 잘 지냈는데 너무 투정을 부린 건 아닌가 싶어요. 그게 제 성격같기도 하고요. 2020년 발매한 '캔디 피아니스트' EP에 '여기저기 시끄럽게'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런 식으로 털어놓은 것 같아요. 비밀로 하려했는데 모두가 아는 느낌이랄까요."

슬럼프마저도 솔직한 화법으로 풀어내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이진아의 다음 목표 역시 이진아다웠다. 앨범 발매와 공연이라는 큰 목표 뒤에는 "돈을 썼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는 다분히 도시인다운 목표가 함께 있었다.

"단독 공연이 잡혀 있는데 그걸 잘 하고 싶어요.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것이 올해의 큰 목표였기 때문에 그걸 하고 나면 조금 놀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앨범을 내느라 돈을 썼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해야할 것 같아요. 드라마 음악이나 영화 음악, 광고 음악, 가요 모두 환영이에요.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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