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번에는 버핏이 코카콜라에 투자한 것처럼 한국의 코카콜라를 찾아나섰다는 최 대표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겠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뉴스1
하지만 최 대표는 그 이후의 삶을 보면 "버핏이 자선가의 면모를 보이고 버크셔 주총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가 됐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국가를 위해 앞장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영향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가를 (인생) 후반기 때 많이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참이던 2008년 10월 16일에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을 사라. 나는 사고 있다(Buy American. I am)"라는 글을 기고하며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미국인들에게 설파했습니다.
최 대표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 있습니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아내 수잔 버핏이 버핏을 떠나는 걸 보면서 (버핏의 인생처럼) 내가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버핏의 투자결과 또는 투자철학만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는데요, 버핏의 인생이 무미건조하고 재미도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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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아내 수잔 버핏은 결혼한 지 25년이 지난 1977년 버핏을 떠나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후 가수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수잔이 사망하는 2004년까지 이혼하지 않고 공식적인 결혼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수잔이 사망하고 2년이 지난 뒤 버핏은 애스트리드 멍크스와 재혼합니다.
버핏이 말하는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최 대표는 그 이후에 "버핏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걸 보면서 버핏이 더 이상 돈 버는 기계(머니 메이킹 머신)가 아닌 삶을 아주 풍요롭게 사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버핏은 "30~40년 동안 실제로 인간의 행동 방식을 체험하면서 계속 지식을 습득하면 인생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생 후반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인생 전반전에도 좋은 사람이었더라도 전반전은 잊어버리십시오. (웃음소리) 후반전을 즐기세요. 찰리와 나는 긴 인생을 사는 호사를 누리고 있으므로, 훌륭하고 희망적인 후반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행복을 주는 요소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사람들에게 불행을 주는 요소도 잘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인생의 전반전보다 후반전으로 평가받고 싶으며, 찰리도 그럴 것입니다."
버핏이 자신의 투자는 85%의 벤저민 그레이엄과 15%의 필립 피셔로 이루어졌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버핏의 투자철학은 초기 벤저민 그레이엄의 담배꽁초 투자에서 필립 피셔의 정성적 분석을 통한 성장주 투자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는데요, 버핏의 인생철학도 계속 진화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의 가장 큰 메시지는 상식적으로 투자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 대표는 "버핏이 던져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상식적으로 투자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상식적인 투자를 상식적인 논리를 가지고 계속 투자하고 화려해 보이는 업종이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테마주를 쫓지 않고서 상식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버핏이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대표는 "버핏의 성공 케이스마저 없었다면 지금 저희가 받는 조롱의 양이 몇십 배는 더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최 대표도 가급적이면 상식적인 종목을 투자해서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가 조선주 등 높은 수익을 올린 사례가 많지만, 일부러 커피믹스 '맥심'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를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동서에 투자한 후 2014년까지 11년 동안 동서를 보유하면서 배당을 제외하고도 약 16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대표가 "미국은 코카콜라, 한국은 동서"를 자꾸 강조하는 이유도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안전하게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종목에 투자를 하거나 하다못해 테마주만 멀리 하더라도 크게 돈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수가 이런 메시지를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기 때문에 최 대표는 "꾸준하게 입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한번 입증을 해보고 싶습니다. 상식적인 투자로 좋은 장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주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이고 소유권의 값어치를 잘 읽고 미래의 추이를 잘 읽고 싸게 사면 돈 벌 수 있다는 걸 장기적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올바른 롤모델에 꽂혀서 운이 좋았다며 "마치 버핏이 벤저민 그레이엄에 꽂혀서 옳은 길을 걸었던 것처럼, 저도 버핏에 꽂힌 게 인생의 큰 행운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버핏을 롤모델로 삼는 투자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