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제에 최대 기회가 된 '니어쇼어링' 효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스코티아뱅크 금융그룹 CEO 아드리안 오테르가. /사진=로이터통신, 원출처=스페인 통신사 EFE
글로벌 기업들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근거리 아웃소싱)이 본격화되면서 멕시코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본국으로 리쇼어링(reshoring) 하려는 기업들이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인접 국가로 돌아서면서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미국의 수입품 중 멕시코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기록하며 중국을 추월했다. 중국산 수입품은 14.6%로 그 뒤를 이었다. 그간 중국은 부동의 대미 수출 1위 국가 자리를 유지해왔다.
텍사스와 인접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의 수도 몬터레이에는 여기저기서 공장을 짓느라 흙먼지가 일고 있다. 부동산 어드바이저 CBRE에 따르면, 창고들은 지붕을 얹기도 전에 팔려나가고 산업 공간이 2019년 이후로 30% 급증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최대 무역국에 멕시코가 중국을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탈중국 트렌드와 니어쇼어링 효과 덕분이다. /출처=블룸버그통신
신규 산업단지 수요가 늘면서 멕시코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난 7월 미국에서 상장해 4500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는 10여년 만에 멕시코 기업 중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다. 니어쇼어링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단지와 창고 등의 개발 붐이 한창이다. 현재 토지 소유자들은 승자가 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블룸버그는 그러나 여전히 가스와 전기 등 기반 시설 부족이 멕시코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마르면서 물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가 회복될지도 관건이다. 멕시코 내부의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 경제적 부가가치가 더해지지 않고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보다 많은 부품을 수입해오는 데 그칠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
반코 베이스 은행의 경제분석 책임자 가브리엘라 실러는 "니어쇼어링은 멕시코에게 기회이지만, 높은 이자율과 지하경제 고착화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이 신용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진 않는다"며 "(멕시코) 기업들이 리스크를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투자가 이뤄지는 곳 역시 누보 레옹을 비롯해 특정지역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는 1992년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관세와 무역장벽을 폐지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당시와 흡사한 모습이다. NAFTA하의 멕시코는 수출이 늘면서 몬터레이 같은 북부 도시가 부흥기를 맞았으나 역으로 미국산 옥수수 등 식품 수입 급증하면서 멕시코 소규모 농가가 증발, 남북의 빈부 격차가 커졌다.
멕시코 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헤라르도 에스퀴벨은 "궁극적으로 멕시코의 장점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와 자유무역협정"이라며 "멕시코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더 많은 투자 흐름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