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G20 회원국의 경제계가 기를 쓰고 자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할까? 이미 글로벌 헤게모니를 경험한 나라들은 국제회의를 통해 만들어 내는 글로벌 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가 파리 기후 협약이다. 유럽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논의가 시작된 파리협약이 정한 룰에 의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CO2 감축 계획 및 일정을 정해야만 한다. 물론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시간이 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이 주도하는 글로벌 룰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디지털세도 글로벌 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가 속한 국가뿐 아니라 매출이 발생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국제조세 규약인데, 우리 기업이 어디에 어떻게 세금을 내야 할지를 OECD와 G20 등을 통해 정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에 맞는 G20 정상회의는 우리 외교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기회다. 이번 G20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G20 회원국들의 동의와 협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저탄소·무탄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측 등의 녹색 해운 항로 구측 제시는 우리 조선 산업과 인프라 건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룰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서로의 이해가 다른 20개국이 모이는 만큼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한 번에 얻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파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점진적으로 얻어간다면 우리의 목소리가 글로벌 룰 세팅에 적극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남이 짜 놓은 판에서 경쟁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이 십분 반영된 판에서 우리 국민, 우리 기업이 마음 놓고 활약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