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에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현재 폴란드를 거점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전반에 대해 시장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올 하반기 중 폴란드에 지사를 세우고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프랑스 알스톰, 독일 지멘스 등과 우크라이나 전후 철도 사업 수주전을 펼칠 게 유력하다. 현대로템은 2010년 우크라이나 측과 90량 규모의 준고속 전동차 공급 계약을 맺었었다. 이후에는 열차 유지보수 사업도 진행했고, 러시아의 침략 이후에도 현지에서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철도 사업은 토목부터 기차 도입 및 관리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쟁이 끝나는 게 우선이지만,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은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우크라이나 측과 신뢰관계 역시 있어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곡물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유일의 우크라이나 내 투자자산으로, 전쟁 이후에도 정상 가동하며 현지 주민들의 고용 유지 및 식량 안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목 건설이 늘어나면 당연히 건설기계 업체들이 혜택받는다.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의 쉬쿠라코프 바실리 제1차관과 철도공사 관계자 일행은 지난 6월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찾아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재건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25톤 초대형 굴착기 등 제품들도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 프로그램 예산을 총 7500억 달러(약 1000조원)로 잡고 있다. 동결되어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과 이자(2000억 유로)를 재건사업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중이다. 벌써부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세미나 개최 △네트워킹 △대정부 건의 △재건 사업 입찰 정보 제공 등을 통해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인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통해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23억 달러(한화 약 3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게 업계에서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 번에 일축했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재건사업 참여에 대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