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 l 담백한 매력으로 시나브로 스며드는 '레이오버'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9.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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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히트 뮤직/사진=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솔로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알리는 뷔의 앨범이 발매됐다. 가장 늦게 앨범을 발매한 뷔는 가장 느린 음악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힘이 없는 건 아니다.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에 초점을 맞춘 뷔의 '레이오버'는 느린 음악에도 확실하게 스며들게 한다.

뷔는 8일 첫 솔로 앨범 'Layover'를 발매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 앨범에 수록된 수록곡과 무료 음원 형태의 자작곡, 드라마 OST 등을 발매했던 뷔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선보였다. 'Layover'는 경유지에 짧게 머무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뷔는 "경유지에서 잠시 쉬면서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최종 목적지까지 되새기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ainy Days', 'Blue', 'Love Me Again', 'Slow Dancing', 'For Us' 총 5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타이틀곡은 4번 트랙 'Slow Dancing'(슬로 댄싱)이다. 6번 트랙에는 '슬로 댄싱'의 피아노 버전이 수록됐다. '슬로 댄싱'은 1970년대 소울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팝 R&B 곡으로, 재즈 요소가 가미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몽환적이게 흘러가는 음악 위로 뷔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스페인 마요르카 해변에서 촬영된 '슬로 댄싱' 뮤직비디오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뷔의 모습이 담겼다. 환상적인 자연 풍광과 그 안에서 여유를 즐기는 뷔, 감미로운 노래가 어우러져 조금씩 빨려들어간다.

/사진=빅히트 뮤직/사진=빅히트 뮤직


제목부터 '느림'을 집어넣은 '슬로 댄싱'뿐만 아니라 '레이오버'의 수록곡들은 천천히 전개된다. 팝 알앤비 장르를 기반으로 재즈, 소울,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가 더해진 '레이오버'에는 흥겹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케이팝'스러운 음악은 없다. 다른 멤버들의 타이틀곡과 비교해도 '슬로 댄싱'은 눈에 띄게 느긋하다. 퍼포먼스 역시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 열풍의 시발점 중 하나였던 강렬한 퍼포먼스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슬로 댄싱'의 퍼포먼스는 프리스타일로 진행된다. 무대를 도와주는 댄서 역시 달라진다.

이는 마치 느긋하고 느린 성격의 뷔가 음악으로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라는 타이틀보다 '뷔'라는 개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뷔가 가진 다양한 음색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뷔는 리드미컬하고 매력적인 저음을 뽐내다가도 다른 트랙에서 매력적인 가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로맨틱하면서도 여유로움을 풍기지만, 때로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랑한다.

사진=빅히트뮤직사진=빅히트뮤직

여유가 넘치는 뷔의 음악은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다. 이는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민희진 ADOR 총괄 프로듀서가 의도한 바다. 이번 앨범 콘셉트 포토 역시 뷔의 민낯을 담을 정도로 담백함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여유롭고 담백한 모습들이 스며들 수 있는 건 외부가 아닌 뷔의 내부에서 끄집어낸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느긋한 건 오직 뷔 뿐이다. '레이오버'는 발매 첫날 167만 2138만 장이 팔리며 곧바로 밀리언셀러가 됐다. 이는 K팝 솔로 가수 음반 발매 당일 역대 최다 판매량 신기록이다. 또 '슬로 댄싱'은 75개구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고 '레이오버'는 전세계 65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여유롭고 느긋한 음악을 선보인 뷔를 향해 전 세계는 빠르고 뜨겁게 열광하고 있다.

경유지는 종착지가 아니다. 결국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다시 비행을 해야 한다. 뷔가 그리는 종착지에 언제 도달할지, 또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 사이에 더 많은 경유지를 거쳐 갈 수도 있다. 첫 경유지에서의 여유로움과 담백함은 앞으로 뷔의 비행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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