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E 회장 "한국 기업들과 해상풍력 협력…장기적 사업 희망"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3.09.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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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크레버 RWE 회장 인터뷰]
"2030년까지 석탄발전 종료…친환경 에너지 자국 생산이 수입보다 효율적"

마커스 크레버 RWE AG 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마커스 크레버 RWE AG 회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RWE가 가장 중점을 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 현지 기업들과 함께 장기적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독일 RWE의 마커스 크레버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함께 해나갈 한국 파트너사들과 만나기 위해"라 방한 목적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첫 방한은 RWE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에 앞서 그는 호주와 일본을 방문했다. 2020년 법인을 세운 한국과 함께 RWE가 아태 지역 핵심 시장으로 꼽는 국가들이다.

한국에서 집중하는 사업은 해상풍력 발전이다. 크레버 회장은 "RWE는 전 세계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현지 시장은 한국 기업이 더 잘 알기 때문에 한국의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게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 최대 발전사업자인 동시에 전세계에서 에너지 트레이딩 사업을 하는 RWE를 2년 여 전부터 이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이슈가 급부상한 시점에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해 지난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후의 에너지 위기를 산업의 최전방에서 겪었다.

RWE의 행보는 에너지 산업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 에너지원 사용 대폭 확대와 화석 연료 사용 축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최우선 의제가 된 에너지 안보, 기업의 수익성 제고라는 때로는 상충하는 이슈들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복잡한 에너지 산업 흐름 속에 RWE는 화석 연료 발전 사업을 종료하고 '그린' 에너지 사업을 늘리는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RWE는 독일 내 갈탄(석탄의 일종) 발전을 기존 계획보다 8년 빠른 2030년까지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500억 유로(약 70조원) 이상을 재생에너지 및 관련 기술에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해 미국 재생 에너지 기업 콘 에디슨(Con Edison Clean Energy Business)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약 68억 달러(약 9조 원)에 인수해 발전용량 기준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 이후 급변 중인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직접 겪고 있는 크레버 회장으로부터 IRA를 포함한 각국의 정책 영향, 전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의 공급망 병목 문제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이슈에 대해 들었다.

RWE 회장 "한국 기업들과 해상풍력 협력…장기적 사업 희망"
"2030년까지 석탄발전 중단…2040년 기후중립 달성"
-유럽의 대표적 에너지 기업으로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 목표', '에너지 안보', '기업 수익성'이라는 때로 상충하는 주요 이슈들을 동시에 다뤄야 했다. 유럽 에너지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지난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는가.

▶RWE도 탈(脫)탄소화, 특히 석탄 중심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에는 유럽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였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자원을 확보해야 했다. 부유식 LNG 저장 재기화 설비(LNG 선박과 육상 LNG 저장기지 기능을 합친 해양구조물로 해상에서 액화한 LNG를 기화해 계통과 송배관 망에 연결)로 수입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RWE는 유럽으로 가져오는 LNG 수입양을 세 배로 늘렸다. 전력 부문에서는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가스를 절약하기 위해 모든 비(非) 가스 화력 발전을 다시 활용해야 했다. 그래서 오래된 석탄 발전소를 지난해 다시 가동했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방안이 장기적 목표 달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RWE는 독일 정부와 석탄 사용을 2030년까지 끝내겠다는 석탄 사용 종료 가속화에 합의했다. 미국에서는 RWE 사상 최대 규모인 재생에너지 사업 인수도 단행했다. 위기관리 중에서도 이러한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게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이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럽에서는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석 연료 사용 중단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해왔으나, 대안을 충분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선행된 후 기존 기술을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하지만, 독일은 신기술인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꺼렸다. 그 결과 에너지 시스템 및 친환경 공급원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RWE는 2040년까지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한다. 2040년까지 화석 연료 발전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목표보다 8년 앞당긴 시점인 2030년까지 갈탄(석탄의 일종) 발전을 중단할 것이라 발표했다. 가스 발전 등은 어떻게 줄여나갈 계획인가?

▶RWE는 2040년까지 기후 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석탄 퇴출을 가속화 하기로 독일 연방 정부와 합의했다. RWE의 배출 감축 목표는 이제 1.5℃ 감축 경로와 일치한다. RWE의 계획은 2030년까지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는 석탄 발전소를 수소 복합 가스 발전소*로 대체해야 한다. 이러한 발전소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충분하지 않을 때 예비용으로서 필요하다. 2040년까지 RWE는 그린수소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면서 CCS(탄소 포집 저장) 기술을 활용한 천연가스 발전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RWE가 사업을 영위하는 여러 시장의 규제 틀에 따라 달라진다. 독일, 네덜란드, 미국, 영국에서는 수소 복합 가스 화력 발전소를 적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에 CCS 기술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인수가 있었다. RWE가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시장은.

▶RWE의 핵심 시장은 유럽과 미국의 선진 재생에너지 시장이다. EU(유럽연합), 영국, 미국에서 RWE는 재생에너지 선도 기업 중 하나다. 동시에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아태 지역의 핵심 시장은 한국, 일본, 호주다. RWE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시장을 선정할 때 중요한 두 가지를 본다. 하나는 진출한 시장이 크고 재생에너지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그 가능성을 분명히 보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탈 탄소화가 필요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해상풍력이 향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에너지 공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확신한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정치 및 규제 환경이다. 약 25년인 발전설비 운영 기간 동안 사업환경의 안정성은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기술·해상풍력 발전단지에 공동투자 할 때 고려하는 핵심 요소다.한국은 매우 안정적이고 투자자 친화적이다.

RWE 회장 "한국 기업들과 해상풍력 협력…장기적 사업 희망"
"IRA, 美 사업 강화 배경…해상풍력, 탈탄소화 시대 경쟁력 높아"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효된 지 1년 여가 지났다. IRA가 업계와 RWE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달라.
▶그린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 IRA에 감사하고 있다. IRA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투자 체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 리드타임(개발에서 서비스 제공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이러한 체계가 필요하다. 현시점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해서 시작해 5년 후 완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사업주는 5년간의 투자가 어떤 과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될지 미리 알고 싶을 것이다. IRA는 10년간의 투자 체계를 명확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두 번째 IRA의 장점은 단순하다는 점이다. 생산한 친환경 전력 1 메가와트당, 친환경 수소 1 킬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아주 간단한 접근 방식이다. IRA는 RWE의 대규모 대미 투자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 미국 사업을 강화하게 한 배경이기도 하다.

-IRA 이후 EU가 탄소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NZIA)을 내놨다. 연쇄적 정책이 글로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한다면.
▶모든 지역·국가가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각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IRA를 통해 방법을 찾았다. 유럽은 다른 방식을 택했고, 아시아 국가들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본은 제약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간의 경쟁은 없을 거라 본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면 금융 기관으로부터 추가적으로 자본을 얻을 수 있다. 즉 제로섬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미국이 IRA를 만들 때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받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전력 외에 배터리, 태양 전지, 풍력 터빈 등의 제조 능력을 높이는 걸 목표로 했다. 이러한 정책은 지역간 경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술과 관련한 생산 능력을 늘리지 않으면 모든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U도 NZIA 등으로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EU의 노력이 목표 달성에 충분하다고 보는지.
▶미국과 유럽의 정책을 비교해보면 IRA는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목표일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도 제공하기 때문에 분명한 이점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면 더 높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NZIA는 목표는 있으나 정책적 조치가 없다. 아직은 유럽산 제품을 구매할 인센티브가 없다. 공급업체들은 RWE와 같은 발주처가 그들(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춘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아직 유럽 안에 공급망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아울러 녹색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할 때 지역 사회에 일자리를 어떻게 가져올지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사회는 투자로 인한 가치를 고려할 때 훨씬 더 높은 프로젝트 수용성을 가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급증하며 관련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깊어졌고,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사업비 인상 등이 현실화했다. 공급망 병목이 에너지 전환에 얼마나 오래 높은 강도로 영향을 미칠 거라 전망하는가.
▶공급망 병목 현상은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구축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공급망 용량을 구축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본과 현재 계획 및 허가 프로세스를 가속화 하려는 추진력이 둔화할 것이다. 공급망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명확한 목표가 조기에 확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을 예로 들면,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할 것인지, 허가를 받으면 얼마나 빠르게 송전망에 연결할 수 있는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 모든 게 명확해지면 공급업체(해상풍력 단지를 짓는데 필요한 구조물·부품들의 생산업체)와 협의를 통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공급업체가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면 RWE가 공급업체와 장기적인 구매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RWE는 기꺼이 장기 공급계약 또는 설치선에 대한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할 의향이 있다. 다시 말해, 공급망을 늘리려면 장기적인 구축 계획을 조기에 명확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유럽은 재생에너지가 비교적 성숙한 시장이다. 정부 보조금 없이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기후 목표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한국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많은 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 현재는 화석 연료를 수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를 수입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더 단가가 낮고 효율적이다. 해상풍력을 탄소 가격이 고려되지 않은 현재의 화석 연료 가격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 탈탄소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상풍력은 매우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 생각한다.

※마커스 크레버 회장은
△2021.5~RWE 회장 △2016.10~2021.4 RWE CFO(최고재무책임자) △2015.3~2017.5 RWE 서플라이 트레이딩 이사회 의장 △ RWE 서플라이 트레이딩 매니징 디렉터 겸 CFO △2005~2012.10 코메르츠방크 개인고객 부문 최고운영책임자 등 △2000~2005 맥킨지앤컴퍼니 컨설턴트 △인디아나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니아 MBA △게르하르트 메르카토르 뒤스부르크 대학 경제학

*수소 복합 가스 발전소: RWE는 노르웨이에서 블루 및 그린 수소를 공급받아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독일로 운송하고, 이 연료를 수소 지원 가스 화력 발전소에서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1단계로 천연가스를 블루 수소로 대체하고, 해양 수소 생산 플랜트가 계획된 파이프라인과 연결되면 독일로 수출되는 블루 수소를 점차적으로 그린 수소로 대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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