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웨스트필드 백화점 1층에 자리한 '스페이스 오브 BTS 인 시드니'의 모습.
모두 BTS 팬클럽 '아미'는 아니겠지만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티셔츠부터 열쇠고리까지 BTS 굿즈를 구경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계산대에서 구매한 굿즈를 건네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한 현지인 커플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자긍심('국뽕'과는 확연히 다른)을 선사했다.
# 올해 미국 경제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누굴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나 다른 저명한 경제학자가 아니다. 의외지만 주인공은 1989년생 세계 최정상급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위프트의 공연이 열리는 지역은 몰려든 사람이 음식을 사먹고, 숙박을 하는 등 돈을 쓰면서 엄청난 경제효과가 발생했다. 연준이 주목할 정도다. 스위프트의 미국 공연이 지역경제에 가져온 소비효과는 무려 46억달러(약 6조1502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를 합친 '테일러노믹스' 또는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 "K팝에서 K를 떼어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란 구호가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상황에서 도발적인 발언이다.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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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K팝이 진정한 세계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돼야 한다." 단순히 K팝 가수 한 명이 아니라 아예 K팝 제작시스템을 세계 최대 시장이며 팝의 본고장 미국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K팝의 그간 성취가 놀랍지만 하이브 등 K팝 기업들의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점유율(매출기준)은 겨우 2% 미만이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K팝 성장률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아직은 만족이 아니라 위기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 의장이 지난 2년간 미국에서 K팝 제작시스템으로 전 세계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더 데뷔 : 드림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한 이유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다. 이제 잘 키운 가수 한 명이 한 국가를 넘어 세계 경제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시대다. 미국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있다면 우리에겐 BTS가 있다. 블랙핑크도 있다. K팝이 K팝 시스템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함으로써 위기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