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5년 1월 출범을 앞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김학수 대표이사는 "투자자들에게 더 빠른 매매속도, 낮은 수수료를 제공해 3년내 주식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20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평균 약 2조원 분량의 거래를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호가 단위는 한국거래소와 동일하게 가되, 호가 방식을 '중간가호가(매도와 매수의 중간가격에 체결)',' 스톱호가(지정가나 시장가 중 유리한 가격에 체결)'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거래수수료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한국거래소 수수료 0.23bp(1bp=0.01%포인트)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한국 자본시장 내 빈 공간이 많은데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유통플랫폼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며 "정식 출범 전까지 투자자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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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이드 출범 예상시기
▶전산 및 인프라 개발이 완료되면 6개월 모의시장 운영을 거쳐 2024년 4분기에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본인가 취득 후 2025년 초 대체거래소를 오픈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단일 거래소 체제일 때는 주식 주문이 들어오면 한 줄로 줄세워 거래소에 보내면 끝났는데 우리가 나타나면서 도로가 2차선으로 늘어나게 됐다. 고객들을 어떤 차선으로 보내야 할지 증권사들 고민도 커질 것이고, 우리도 거래소 못지 않은 거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있는데 왜 대체거래소가 필요한가?
▶해외는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해 일본도 대체거래소가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무한 경쟁 체제에서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선택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편익을 등한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60년 넘게 경쟁에 노출되지 않았다. 단일 거래소에서 전산오류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대체거래소로 이동해 거래하면 된다. 거래비용, 처리 속도, 주문방식, 거래시간 등 인프라 환경이 투자자 친화적으로 변할 것이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거래시간을 일단 오후 9시까지로 늘리고 단계적으로 12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체감되는 변화다. 우리 정규 시장은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이고, 시간외거래도 6시면 끝난다. 거래시간을 늘리면 △퇴근해서 거래하고 싶은 직장인들 △야간 국내외 이벤트에 대응해 거래하려는 투자자 △야간에 미국주식·가상자산을 매매하는 투자자 △낮시간에 한국주식을 사려는 해외투자자 등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한국거래소나 증권사와 협의 사항이다.
▶주문방식도 다양화한다. 현재 한국은 7가지 주문유형과 2가지 주문조건의 조합만 가능하다. 우선 미드 포인트(Mid-Point) 주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에 체결되는 주문으로 체결 가능성은 높아지고 기회비용은 낮아진다.
▶거래수수료는 한국거래소(0.23bp)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것이다. 우리는 청산결제, 시장감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소보다 시스템이 가볍다. 상대적으로 인력도 소규모이고, 전산유지비도 낮을 것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매매체결속도도 좀더 빠르다.
▶추후 증권사나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토큰증권(ST)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타 신규 상품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ETF는 빨리 상장해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어 시간 싸움인데 기존 거래소는 혁신적인 상품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시초가나 거래종목이 한국거래소와 어떻게 다른지
▶NXT의 다음날 시초가는 KRX가 정하는 종목의 기준가격(일반적으로 전일 종가)을 따른다. 거래대상 종목은 원칙적으로는 관리종목, 우선주, 상장폐지 결정증권, 코넥스 종목을 제외하면 거래할 수 있다. 시장 대표성과 유동성, 관심도 등을 감안한 예상 거래종목 수는 850개 안팎이다.
-롤모델이 있다면.
▶미국 등 해외 자본시장은 네가티브 규제(최소 규제)로, 일단 시장을 열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규제를 마련해 그 시장을 제도권으로 들인다. 그래서 대체거래소가 다양하다. 한국은 정부 인허가가 필요한 포지티브(사전규제)방식이기 때문에 비슷한 호주, 일본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호주가 한국과 가장 유사하다. ASX라는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 2011년 차이엑스(Chi-X, 현 CBOE Australia)라는 대체거래소가 설립돼 10% 점유율을 확보했다. 호주 대체거래소는 새로운 주문방식(미드포인트 주문), 새로운 금융상품(자체 상장 ETF) 등 차별점으로 내세워 성장했다.
일본은 동경증권거래소가 사실상 지배사업자인 구조에서 1998년 PTS(proprietary trading system)라는 대체거래소가 도입돼 시장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대체거래소 중 재팬넥스트(Japannext)는 시장 운영시간이 오전 8시20분부터 익일 6시까지로, 사실상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는 디지털자산 전문 ATS다.
-대체거래소 출범 앞두고 가장 고민되는 부분?
▶복수 거래시장 체제가 되면 자본법상 '최선집행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즉, 증권사가 투자자 주문이 들어왔을 때 가격, 수수료, 주문규모, 체결가능성 등을 따져 최적의 거래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SOR시스템(Smart Order Routing) 구축이 필요하다. SOR 개발과 운영에 증권사 협력이 필요하다. SOR 시스템이 증권사 플랫폼에 깔려있어야 두 거래소 중 하나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는데 비용이 소요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최선집행기준, SOR 해외사례 등을 조사해 증권업계에 예시를 제공할 예정이다.
-초대 대체거래소 수장으로서 포부
▶일단 3년 내 정규시장 주식 거래량의 10%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7월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20조원 수준으로, ATS 인가를 준비하던 때보다 늘어 상황이 더 좋아졌다. 현재 자본법상 ATS는 전체 주식의 15%, 종목 기준으로는 거래량의 30% 까지 차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빨리 흑자를 내서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하고 싶다. 전(前) 공무원 입장에서는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하고 싶다.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는 것이 빠른 흑자전환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