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박은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 막으로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수요 역시 올해 40만톤에서 연평균 약 27% 성장해 2030년 207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미 지역에선 배터리 생산량이 급증하지만 동박 현지 생산량은 연산 1000톤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동박 공급 부족이 빠르게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 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는 토요타통상과 북미 시장에서 동박을 생산·공급하기 위한 합작사(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토요타통상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지하는 토요타의 소재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오는 곳이다. SK넥실리스는 국내 연산 5만2000톤의 동박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5만7000톤)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고, 폴란드(5만톤) 시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박을 생산한다.
동박 기업의 해외 진출 배경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동박이 '핵심 광물'로 지정될 것이란 관측이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가 발표한 '핵심소재' 목록에 동박의 주요 소재인 구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르면 다음 달 관련 IRA 세부 규정 추가안이 발표되는데, 동박이 핵심 광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동박을 핵심 광물로 지정하면 중국 기업의 북미 진출이 제한돼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했던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동박이 IRA 핵심 광물에 동박이 지정될 경우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RA 내 동박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진 않지만, 동박도 배터리 핵심소재에 편입됐다고 파악, 핵심 광물 편입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어 내부적 대응 전략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계약을 보면 북미와 유럽(고객사) 비중이 90%가 넘어서고 있다"며 "IRA 세부 지침에 따라 북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