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K문화 전도사"…빼앗긴 문화재 찾고 한국美 알려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9.1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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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사진=펄어비스검은사막. /사진=펄어비스


게임업계가 해외시장 공략 및 국내인식 전환을 위해 문화재 지킴이로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 (44,650원 ▲250 +0.56%)는 한국전통문화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게임 내 문화유산 구현을 위한 역사 고증 자문단을 운영키로 했다.

펄어비스가 한국문화 알리기에 나선 건 2021년 독일 게임스컴에서 선보인 신작 '도깨비'가 국내외 호평을 받은 후부터다. 주인공이 도깨비를 찾아 떠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기와집·방패연·해태상 등 한국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해외 게임매체 게임스레이더는 "경복궁·남대문 등 실제 건축물과 유적지를 직접 구현했다"며 "차세대 포켓몬스터"라고 평가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을 체감한 펄어비스는 한국관광공사,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재청과 손잡고 문화유산 디지털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은 지난 3월 PC게임 '검은사막'에서 선보인 조선 모티브의 배경 '아침의나라'에서 빛났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동양풍 콘텐츠에 글로벌 비평사이트 메타크리틱은 81점을 줬다. 한국 RPG(역할수행게임)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지난 6월엔 글로벌 이용자에 아침의나라를 선보여 7월 DAU(일간활성이용자)가 65% 증가했다. 특히 북미·유럽 이용자가 74% 늘었다.
/사진=데브시스터즈/사진=데브시스터즈
게임으로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중세유럽풍에 지친 이용자의 관심도 환기한 것이다. 데브시스터즈 (52,800원 ▼600 -1.12%)도 신작 TCG(트레이딩카드게임) '쿠키런: 브레이버스'에서 문화유산을 홍보한다. 곤룡포를 입고 어좌에 앉은 쿠키 등 우리 문화유산을 담은 카드 40~50장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수익 일부는 국외로 반출된 문화유산 환수에 쓴다.



게임과 관계없이 문화유산 보존사업에 힘을 보태는 게임사도 있다. 엔씨소프트 (180,200원 ▼1,700 -0.93%)는 경북연구원과 신라왕경 디지털 복원에 나선다. 신라왕경의 14개 핵심유적과 7~8세기 신라역사를 가상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엔씨소프트 아트 이노베이션 센터 산하 스캔 스튜디오가 디지털 콘텐츠 제작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사진=라이엇게임즈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사진=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는 해외 게임사지만 지난 10년간 한국 문화유산 보존에 77억원을 투자했다. 덕분에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중화궁인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척암선생문집 △백자이동궁명사각호 △보록 등 국외 소재한 문화재를 환수했다. 이 중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은 최근 국가 지정 문화재(보물)로도 지정됐다.

게임업계가 이처럼 문화유산에 관심을 두는 데엔 부정적으로만 비치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문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 수출산업인 게임은 한국문화를 해외 젊은층에 알리는데 가장 적합한 콘텐츠인데, K팝이나 영화·드라마와 달리 사회악으로 간주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문화 관련 사회공헌사업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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