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자주 떨어뜨리고 손목 '찌릿'…맞벌이 딸 돕다 얻은 '손주병'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9.08 15:19
글자크기

[박정렬의 신의료인]

물건 자주 떨어뜨리고 손목 '찌릿'…맞벌이 딸 돕다 얻은 '손주병'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조부모가 손자, 손녀의 육아를 대신 맡는 '황혼육아'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사람의 85%가 조부모다. 노화로 퇴행성 변화가 진행한 상태에서 몸을 무리하게 쓰다 보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이 찾아오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 손자와 손녀를 돌봐주며 생기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컬어 '손주병'이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출산 후 근골격계가 약해진 산모는 물론 황혼육아에 나선 조부모가 주의해야 할 병이 '손목 건초염'이다. 손목의 중앙과 내외 측의 여러 힘줄을 감싼 막에 생긴 염증으로 산모나 수공예 작업자, 요리사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흔히 발생한다. 출산 후 근골이 약해진 상태의 여성은 남성보다 3배 이상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권원환 과장은 "손목 건초염은 손목의 지나친 사용으로 생기는 손상 가운데 가장 흔한 병으로 가벼운 움직임에도 찌릿찌릿한 이상 감각이나 통증을 경험한다"며 "손목을 굽혔다 펴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면 손목 건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과장은 "최근에는 조부모가 바쁜 부부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늘었는 데 노화로 인해 신체적 변화가 생긴 상태라면 손목 건초염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권원환 과장./사진=세란병원세란병원 정형외과 권원환 과장./사진=세란병원
손목 건초염이 생기면 엄지를 움직이는 동작을 할 때 특히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 손가락, 손목이 붓고 눌렀을 때 심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휴식 중일 때나 가벼운 움직임에도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뼈에 생긴 이상이 아니라 X선 상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손목 건초염일 땐 쉬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경증이라면 소염제, 진통제 등 약물 치료를 적용하고 중증인 경우에도 주사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염증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보조기나 밴드로 보호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드물긴 하지만 협착에 의해 염증이 생겼거나 약물, 주사 치료에도 재발하는 경우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권 과장은 "손목건초염은 스마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무직, 가사 노동이 많은 주부에게도 흔한 병"이라며 "손목의 과다 사용이 원인인 만큼 평소 손과 손목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과 근력을 기르는 것이 증상을 예방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