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는 올초부터 지난 6월까지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다. 하지만 사우디가 자발적 감산을 시작한다고 밝히자 다시 상승을 시작했다. 사우디는 지난 7월 일일 100만배럴 정도를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이달 6일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러시아도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올 연말까지 일일 생산량의 30만배럴만큼을 줄이겠다는 것. 지난해 기준 글로벌 원유 생산 중 사우디와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약 23%에 달하는 만큼 두 나라의 유가 영향력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감산 결정을 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사우디의 재정 문제다. 사우디는 더라인과 홍해 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설사업의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의 재정균형유가는 배럴당 81달러인데 유가가 이보다 높아야 한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둔화와 미국, EU(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로 원유 패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우디의 의지가 추가 감산 결정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기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대규모 주식 매각을 위해선 고유가 환경이 훨씬 유리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높은 유가 수준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당분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전 세계 증시도 휘청거렸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주요 지표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달 들어 하락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사우디의 감산 연장 결정을 한 지난 6일 4.306%까지 올라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뿐 아니라 OPEC 플러스 국가들이 내년 말까지 감산 기조를 완전히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전망치나 현재도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봤다.
반대로 국내 증권가에선 국제유가가 지난해처럼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원유 수요가 늘 정도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강하지 않고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외한 비(非)OPEC 국가들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부진해 원유 수요의 회복 탄력은 높지 않고 미국도 드라이빙 시즌이 종료되며 휘발유 수요가 점차 약화될 수 있다"며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이슈는 고유가를 유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나 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견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원유 관련 증권상품의 수익률도 높아졌다. KODEX WTI원유선물(H) (14,350원 ▼460 -3.11%)는 올 하반기 들어 약 25% 상승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견하는 분위기다. 일시적으로 급락했던 정제마진이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어 정유사들의 체질 개선이 높게 점쳐진다. 유안타증권은 S-Oil (68,700원 ▲500 +0.73%)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7838억원으로 1년 내 최고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회복 덕분에 S-Oil의 정유 부문 예상 이익은 4833억원"이라며 "주력제품인 정유와 PX(파라자일렌) 증설 압박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와 내년 연평균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