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유상증자 금액은 11조2799억원으로 지난해 9조8491억원 대비 14.5% 증가했다. 유상증자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면서 주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다.
중요한 건 유상증자의 성격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라면 당장 주식 가치 희석이 있더라도 향후 투자한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부채상환이나 운영자금에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는 중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유상증자를 자금조달 목적별로 살펴보면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 4조106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로는 33.1%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폭만 놓고 보면 채무상환자금이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8405억원에서 올해 1조6204억원으로 92.8% 증가했다.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유상증자도 전년 대비 33% 늘어난 3조21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장 등 시설투자에 사용된 자금은 2조3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줄었다. 전반적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부채상환과 운영자금 확보 등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의 유상증자 수요가 더 늘었음 보여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이로인한 기업의 자금조달 압박이 유상증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들의 금융기관 차입비율이 5%대로 올라서며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채권 발행도 어렵다보니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목적의 유상증자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는 주가에도 부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CJ CGV (5,490원 ▼70 -1.26%)다. CJ CGV는 지난 6월20일 415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는데 이중 54%인 2253억원이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이었다. 유상증자가 발표된 다음날 CJ CGV 주가는 하루만에 21.1% 폭락했다. 이후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현재는 수정주가 기준 유상증자 공시 전 대비 약 34% 하락한 상황이다.
산업용지를 제조하는 페이퍼코리아 (807원 ▼2 -0.25%)는 지난 7월10일 219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전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주가는 23.4% 하락했고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에이스테크 (1,743원 ▼22 -1.25%), EDGC (482원 ▲2 +0.42%), 디이엔티 (17,580원 ▼70 -0.40%), 스튜디오산타클로스 (437원 ▲1 +0.23%) 등 역시 유상증자 중 상당금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하락했다.
유상증자 방식 중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참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있지만 올해 유상증자의 대부분(7조2116억원, 63.9%)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의 부담을 더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상증자 신주수가 기존 주식수 대비 50%가 넘는 유상증자는 올해 31건으로 지난해 17건보다 2배 가량 늘어 주가 희석 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기업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유상증자라는 쉬운 길만 택한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