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읍의 사례와 같은 일들이 각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원료 수입 및 제품 수출에 용이한 인프라가 깔려있으면서, 넓은 공장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비수도권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배터리 관련 생산라인을 만들 땅도 없을 뿐더러, 물류비도 비싸다.
이차전지 밸류체인은 지방의 양적인 성장 외에 질적인 업그레이드도 돕는다. 포항이나 광양과 같은 도시는 기존 '제철'의 범주를 벗어나 '배터리 1번지'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포항·광양), 에코프로(포항) 등을 중심으로 양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중이다. 포항의 경우 도시차원에서 양극재 100만톤 생산 및 매출 70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 삼았다.
자동차와 중공업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 역시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생산시설이 자리한 울주군을 중심으로 소재·설비관련 기업 유치에 나선 상태다. 서산의 경우 LG화학·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한화토탈 등 주요 정유·석유화학 시설이 밀집해 있지만, SK온을 중심으로 배터리 밸류체인 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최근들어 미국 및 유럽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일자리 측면에서 호재가 될 수 있다. 배터리 3사의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장비의 90% 가량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장비 업체들에게 수출의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셈이다. 피엔티·씨아이에스·에스에프에이·코윈테크·엔시스 등의 장비 업체들의 경우 비수도권에 사업장을 마련하고 있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하는 사업은 명실상부 과거에 없던 '신사업'에 가까워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철강·조선 등 인건비 부담이 높은 산업의 경우 인구감소 기조 속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화·인구유출 등으로 고심하던 주요 지자체가 배터리 일자리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