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기별 대상포진 백신 접종량을 보면 2019년 2분기 18만7227도즈에서 4분기 26만7783도즈까지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1분기 11만7831도즈로 급감했다. 이후 2021년 3분기 8만4480도즈까지 줄었다가 올해 들어 1분기 20만8186도즈, 2분기 19만6977도즈로 증가했다.

일부 지자체들이 65세 이상 노인들에 무료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시켜주는 사업을 하는 점도 원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올해부터 대상포진 백신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자체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병의원 도매상의 물량을 바탕으로 전체 공급량을 추산하는 아이큐비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제 대상포진 접종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접종량 기준 2분기 점유율은 스카이조스터(39.3%, 7만7314도즈)가 여전히 1위다. 이어 싱그릭스(31.1%, 6만1270도즈), 조스타박스(29.6%, 5만8393도즈) 순이다.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지자체 대상포진 백신 접종 물량을 감안하면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 접종량은 더 많을 수 있다.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는 50세 이상 항체생성률이 60~70%가량으로 비교적 낮아 가격도 각각 15만원 내외, 17만원 내외로 싱그릭스보다 저렴하다. 2회 접종해야 하는 싱그릭스와 달리 1회만 접종해도 되고 접종 후 통증이 덜해 지자체에서 주로 이 두 개의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저렴한 백신이 15만원"…대상포진 무료 접종 안 되는 이유

6일 제약업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백신 3가지 중 50세 이상 항체생성률이 97.2%로 가장 높은 '싱그릭스'는 접종 비용(2회 기준)이 최고 60만원에 이른다. 평균 50만~60만원이고, 병원에서 이벤트를 하는 경우 4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가기도 한다. 접종 대상은 50세 이상과 18세 이상의 면역저하자다.
이보다 저렴한 백신으로 1회만 맞아도 되는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는 50세 이상이 대상으로 항체생성률은 60~70%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격이 10만원대로 더 저렴하다. 심평원이 공개하는 비급여진료비 정보를 보면 서울 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스카이조스터 백신을 접종하는 비용은 평균 15만원, 조스타박스는 평균 17만원이다. 제조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8만~9만원 선이다.

백신 제조사에선 대상포진 백신이 프리미엄 백신이고 접종 대상군이 많지 않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비용과 판매량 등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A형간염은 성인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해 50세 이상이 대상인 대상포진 백신보다 접종 대상군이 많고 매년 맞아야 하는 독감은 더 대상군이 많아 접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스타박스 제조사인 MSD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 등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통칭되는 백신들은 기초백신(독감, A형간염 등)들보다 임상에서 공급까지 더 많은 제반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가격 책정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싱그릭스 백신 제조사인 GSK 관계자는 "제품이 보유하고 있는 효능과 대상포진 발병 후 있을 합병증에 관한 사회 경제적인 효과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며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질병 예방효과가 크며 발병했을 때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예방접종을 했을 경우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 예방백신 접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백신 접종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기도 했다.
현재도 어르신 대상 대상포진 무료 백신 접종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다만 아직 정부가 검토 중인 사항으로 내년 상반기가 돼야 무료 접종 등에 대한 사항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어르신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무료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시키게 되면 매년 상당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무료 지원의 비용 효과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고, 여러 개의 백신 중 어떤 백신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도 검토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60만원 대상포진 백신, 도매가 38만원…의사들 "남는 게 없어"세계 최고가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GSK)'의 접종 비용이 최고 60만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병·의원이 사들이는 가격(도매가)은 38만원(2회 접종 기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론상 병·의원이 가져가는 수익이 최대 22만원이지만, 대다수 병·의원에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6일 머니투데이가 백신 도매업계에서 단독 입수한 자료들에 따르면 현재 대상포진 백신 중 가장 비싼 싱그릭스의 도매가는 38만원(2회 접종 기준)이며, 이벤트가까지 적용하면 최저 33만원이다. 도매가는 병·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또는 도매상을 통해 사입하는 가격을 말한다. 또 기존의 대상포진 양대 산맥이던 '조스타박스(MSD)'와 '스카이조스터(SK바이오사이언스)'의 도매가는 각각 9만9000원, 8만8000원(최저가 8만1000원) 선에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백신 3종의 접종 비용이 싱그릭스가 46만~60만원, 조스타박스가 17만~20만원, 스카이조스터가 13만~15만원이 점을 고려하면 병·의원이 백신을 접종할 때마다 각각 최대 22만원(이벤트가 적용 시 27만원), 조스타박스가 10만1000원, 스카이조스터가 6만2000원(최저가 적용 시 6만9000원)은 챙길 수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개인사업자의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데, 연 매출이 8800만원 이상이면 백신 가격의 35% 이상이 세금으로 떼인다. 일반적으로 개원가 연 매출이 3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은 38~40%(1억5000만원~5억원 기준)이다. 여기에 직원 월급, 4대 보험료,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을 제하면 사실상 대상포진 백신 접종 수익의 50%는 떼인다는 것. 예컨대 싱그릭스를 평균 접종 가격인 50만원에 접종할 경우 사입가(38만원)을 제하면 12만원이 남지만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6만원가량으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 전 의사가 받는 진료비는 '0원'이다. 6만원 안에 진료비, 주사를 놓는 처치료가 사실상 몽땅 포함된 셈이다. A 원장은 "세금으로 떼이는 게 많다 보니 개원가 사이에선 '투명 인간'이 수입의 절반을 떼간다고들 표현한다"며 "주변 개원가의 접종 시세를 고려해 비용을 더 올리고 싶지만 비싸서 접종하러 오는 사람이 줄면 재고가 부담된다"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이런 재고 부담에 '손님'의 발길이 끊길 것이란 우려에 개원가에선 싱그릭스 출시 초창기 접종 최고가였던 60만원의 가격대가 무너지는 추세"라고도 귀띔했다.

실제로 또 다른 개원의 B씨는 대상포진 백신의 재고 부담을 우려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B 원장은 "도매 플랫폼을 통해서는 택배를 통해 백신을 받기까지 1~2일이 걸리고, 도매상에게 주문하면 당일에도 받을 수 있어 예약받자마자 주문한다"고 귀띔한다.
병·의원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들의 '통증 호소'다. 최근 출시된 싱그릭스의 경우 백신 접종 후 통증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싱그릭스는 기존 백신 2종보다 항체 생성률이 높고 백신 효과가 오래 지속하는 게 장점이지만 백신 접종 후 통증이 심한 게 단점"이라며 "실제로 접종한 환자가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들 호소한다. 마치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의 통증 정도에서 체감상 90~95%에 달하는 통증이 며칠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개원가에서는 백신 접종 후 통증으로 환자들이 '뭐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항의도 올 정도라고 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피부과의원을 운영하는 C 원장은 "접종자들의 이런 항의가 부담스러워 대상포진 백신 자체를 접종하지 않고 있다. 대상포진에 걸려서 오는 환자만 치료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상급종합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입원환자만 실시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목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 개원가에서 맞을 것을 권장하며 돌려보낼 정도다. '법인'인 상급종합병원은 '개인사업자'인 개원가보다 세율이 22% 정도로 낮지만 인건비, 시설 운영비 등 부대비용이 크다. 이곳 감염내과 D 교수는 "입원한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현존하는 대상포진 백신 중 면역저하자에게 접종할 수 있는 게 싱그릭스가 유일하다"며 "46만원을 책정했지만, 매출만 높게 잡힐 뿐 남는 게 없고 오히려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