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섰는데…테슬라, 인니 배터리 공장 무산된 듯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9.0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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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블룸버그 CEO 포럼 발언…
"머스크 공급 과잉 우려해, 조만간의 투자는 없을 듯"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인도네시아 정부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간 전기차 배터리 관련 대규모 투자 계약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논의 단계에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CEO 포럼에 참석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테슬라의 투자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훗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머스크 CEO와 만남을 언급하며 "(당시 머스크 CEO에게) 우리(인도네시아)는 잘하고 있으니 (테슬라가) 잠시 인도네시아에 투자하지 못하더라도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머스크 CEO가 세계 경제 전망과 전기차 산업의 공급 과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루훗 장관은 지난달 15일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머스크 CEO가 9월 말이나 10월 이곳(인도네시아)에 올 것"이라며 "그는 MOU(업무협약)를 체결하지 않고 바로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루훗 장관은 테슬라가 공급 우려 문제를 겪고 있다며 전기차 생산공장이 아닌 배터리 소재 관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투자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치를 높였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이 2022년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주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이 2022년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주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의 최대 매장국이자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 배터리 허브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며 테슬라의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를 방문해 머스크 CEO와 직접 면담하며 인도네시아 투자 혜택으로 세금 감면, 니켈 채굴권 보장 등을 제안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테슬라가 조만간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한 테슬라의 실제 투자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재고 처분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인하 전략을 쓰며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의 연속된 가격 인하에 중국 등 전기차 시장의 가격경쟁은 심화했고, 이는 관련 업체의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테슬라발 가격 인하 경쟁이 중국 신에너지(친환경)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발해 적자생존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의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미국 가격은 현재 7만9990달러(약 1억658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연초 대비 4만1000달러(5465만원)가 떨어진 수준이다.

한편 머스크 CEO는 테슬라 대신 자신이 이끄는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루훗 장관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내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투자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루훗 장관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인도네시아의 농촌 지역, 특히 동부를 연결해 교육 및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머스크 CEO와 지난 만남에서 해당 사안도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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