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포진은 피부로 드러날 때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진짜 '공격 대상'이 신경인 만큼 대부분 통증·이상감각이 수일 전에 먼저 나타나고, 염증이 피부에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발진과 물집이 무리 지어 비친다.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강도가 심해 흔히 대상포진을 '통증의 왕'이라 부른다. 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 외상이나 근육통과 달리 '칼로 베는 것 같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처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통증을 경험한다"며 "피부 증상이 드러나기 전 통증만으로는 대상포진을 확진하지는 않지만 찌릿찌릿한 통증이 편측으로 발생하는 경우 대상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상포진은 뒤따르는 합병증이 위험하다. 신경 손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각막염·망막염 등 안구질환, 안면마비, 난청, 뇌수막염 등도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에 속한다. 전문가들이 조기 진단·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주 교수는 "최대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세균 등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항생제와 드레싱,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 진통제와 항우울제를 통한 통증 관리도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라며 "신경 손상이 심해지기 전인 72시간이 '골든타임'이지만 △나이가 많거나 △피부 병변이 계속 늘어날 때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생한 환자는 시간이 지났어도 약물을 쓰면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활성화되는 것이라 예방접종 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주 교수는 "의사들도 본인이 스스로 맞거나 부모님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권한다"며 "합병증이 위험한 병인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주사(백신)로 발병률을 낮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GSK의 '싱그릭스' 세 종류가 쓰인다. 앞선 두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독성을 제거한 '약독화 생백신'이고 GSK 백신은 병원균을 비활성화시킨 사백신이다. 생백신은 1회 접종으로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너무 약한 사람은 되레 백신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사백신은 반대로 안전성은 높지만,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싱그릭스의 경우 2~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보통 50세 이상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다면 면역 체계가 안정되는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맞는 게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연령대의 수두 항체 양성률은 90% 이상이지만, 만약 수두에 걸리지 않았다면 생백신을 맞기 전 수두 항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2005년부터는 생후 12~15개월의 모든 영유아에게 수두 백신 접종이 지원되고 있다.
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에 대상포진 생백신(조스타박스 등)을 접종했더라도 사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한다"며 "단, 생백신 접종 후 얼마의 시간 간격을 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만큼 내 몸 상태를 잘 아는 전문의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