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3.09.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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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는데 사회생활, 특히 리더의 사회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대열의 선두는 ‘도대체 개념 없는 사람’과 ‘도대체 철학 없는 사람’이다. 주관적 세계관, 인생관이 없어 평소 언행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흐지부지한 사람이다.

‘도대체 생각 없는 사람’과 동의어로 볼 수 있는데 생각이 왜 중요한가? 사람이 생각 없이 살면 자기가 사는 대로 세상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위 독불장군(獨不將軍)인데 동서고금 역사에 이런 류의 사람이 어쩌다 리더의 격에 오르면 필시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졌다.



생각, 하면 되지 어려운 일인가?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잘하려면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갈 확장력이 필요한데 이는 지식과 비례한다. 생각의 끝은 상상력과 창의력, 리더의 남다른 통찰이나 영감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런 사람은 당연히 리더십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고로 생각을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는 ‘세상에 의문을 던지는 53가지 철학 이야기’인데 진짜 철학(哲學)을 논한다. 진짜 철학? 미리 손사래 칠 필요 없다. 유튜브에 <충코의 철학> 채널을 운영하는 철학 이야기꾼 이충녕이 고대에서 현대까지 위대한 철학자, 사상가들의 핵심적인 생각을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쓴 까닭에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한 책이다.



철학자란 ‘누구나 아는 것을 자기만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고, ‘도대체 무엇을 연구하는지 알 수 없는 학문이 철학’이란 생각으로 생각 없이 가볍게 읽다 보면 철학적 사유의 근력이 어느새 커지는 ‘철학 수필집’이다. ‘철학사적 맥락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꾸준한 사고의 연습 없이 전문용어 위주로 철학을 배우는 것이 그래서 위험하다. 그 용어가 오히려 울타리가 되어 더 넓은 이해와 사고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교양인으로서 자신이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하는 정도의 철학적 지식은 전문용어 위주의 나열식 철학 입문서가 아니라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철학자 이충녕의 소신이다.

동양과 서양에서 철학이 생겨날 때 양쪽 모두 물(水)에 주목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는데 이 원리적 사고가 미세입자의 운동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는 과학적 사고의 발판이 되었다. 같은 시기 동양의 노자(老子)는 물의 움직임 안에서 천하를 얻는 정치학적 원리를 찾았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는데 이때 선은 궁극적으로 탁월한 리더십에 닿는다. 노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진리 중 진리를 통찰했다.

중세 말, 근대 초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말을 했다는 정도는 대부분 안다. 리더라면 여기에서 나아가 ‘왜 생각=존재’인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보는 세상의 어떤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끝없이 의심하다 보면 의심하는 나만 존재하는데 그 의심이 곧 생각이다. 고로 생각하는 나의 존재는 진실이다. 생각은 곧 진리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생각이 이렇게나 어렵고, 삶을 가치 있게 한다.


이 책의 248번째 주제는 ‘알파고는 바둑에서 상대방을 이기고 싶어 할까’이다. 미국 철학자 존 호클랜드를 빌려 인공지능(AI)에 관한 철학적 생각을 이야기한다. 호클랜드는 “기계가 인간처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무언가 원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인공지능의 능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한다. ‘무언가를 원하는 능력은 대단히 인간적인 능력’이다. 당신은 시방 뭣을 원하는가!

▲이충녕 지음 / 도마뱀 출판▲이충녕 지음 / 도마뱀 출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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