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는 독일 경제, 부동산 개발사도 줄파산…"정부 나서라"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9.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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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기침체가 부동산 시장도 흔든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로 자금난에 내몰린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파산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 기업단체와 경제학자들은 위기에 처한 건설업을 돕기 위해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금융경제기구 수장들과의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 11. 29. /AFPBBNews=뉴스1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금융경제기구 수장들과의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 11. 29. /AFPBBNews=뉴스1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모리츠 슐라릭 소장은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15년간 이어졌던 부동산 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지금의 건설업계 금융 사이클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매일 같은 파산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건설 자금 조달 모델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독일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그램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 개발업체는 향후 몇 년 동안 주택 건설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이 주택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자금난으로 파산 신청을 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만 게르치, 센트럼그룹, 디벨롭먼트파트너, 유로보든, 프로젝트 이모빌리언 그룹 등이 파산신청을 했다. 또 다른 개발업체 보노비아, 어라운드타운은 향후 부동산 포트폴리오 투자 금액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신문은 건설업계 어려움에 대해 2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재와 숙련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건설 비용이 30% 이상 급증하고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정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고, 개발업체들은 신규 프로젝트 자금조달은커녕 기존 프로젝트의 고금리 이자 감당도 어려워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특히 독일 건설경기 위기는 유럽 전반의 '빨간불'로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최대의 부동산 투자 시장이 독일이다. 유럽 내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일자리 10개 중 1개를 제공하는 효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독일 건설기업의 신규건축 물량은 지난 2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

전망도 어둡다. 독일 경제연구소인 ifo연구소가 발표한 7월 부동산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봄 이후 주택 건설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산업 환경이 냉각되자 주문 취소와 새로운 주문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까지 건설업체의 40.3%가 주문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이는 1년 전의 약 4배 수준이다. 수주 취소도 6월 19.2%, 7월에 18.9%에 달했다. 건설 산업 수요가 반등할 기미 없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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