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지기업 페이퍼코리아가 증자 등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기존 신문용지 위주에서 산업용지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하며 영업이익 흑자구조를 안착시켰지만 높은 부채비율 탓에 고착화 된 '만년 저평가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 사업뿐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각오다.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는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20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이 100억원 수준으로 줄어 성장 동력에 더욱 힘을 받고 건실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암코가 주주배정 유증에 100% 참여하고 영구전환사채도 전액 인수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말 기준 700%가 넘었던 부채비율이 올해 말에는 90% 수준으로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페이퍼코리아의 실적은 증가세다. 올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072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34%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한 이래 3년째 흑자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혹독한 체질개선'으로 흑자기조 안착= 페이퍼코리아의 실적 호조는 혹독한 체질 개선의 결과다. 1944년 전북 군산에서 북선제지라는 사명으로 출발한 페이퍼코리아는 그동안 신문용지 단일 지종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 보급 확산 등 여파로 신문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자 페이퍼코리아의 실적 역시 동반 하락했다. 지속되는 적자에 기업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린 페이퍼코리아는 결국 2017년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에 인수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특히, 단일 지종에 '올인'하는 취약한 사업구조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산업용지인 '크라프트지' 시장에 뛰어든 것은 묘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라프트지는 높은 강도를 지닌 갈색의 종이로 쌀이나 사료 등의 포대, 식료품 봉투, 쇼핑백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크라프트지를 제조할 수 있도록 기존의 신문용지 제조 설비를 개조하고 생산 및 품질 안정화에 이르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임직원들의 단합된 노력을 바탕으로 공정 개선에 결국 성공했고, 국내 재생 크라프트지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권 대표는 "산업용지 전환은 마치 하나의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이제는 고객에게 인정 받는 안정된 품질과 원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페이퍼코리아는 나이키, 현대백화점 등 굴지의 기업들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친환경을 선도하는 제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페이퍼코리아의 목표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제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겨냥해 페이퍼코리아는 현재 기존의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재를 크라프트지로 대체할 수 있는 신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택배 상자 안에 제품 보호를 위해 넣는 비닐 완충재를 대신하는 종이 완충재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군산 디오션시티 개발사업 역시 페이퍼코리아의 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소다. 디오션시티는 페이퍼코리아 공장이 인근 산업단지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총 6000세대 규모의 군산 최초 복합주거단지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까지 완료되면 여기에서 나오는 자금을 설비 투자에 적극 활용해 회사가 더욱 성장하는 발판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아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