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그리는 새로운 세계질서[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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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공산당엔 정치적 성공의 레시피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 소련의 지시로 도시 중심의 투쟁을 전개하다 패퇴해 수천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공산당은 이후 마오쩌둥의 전략에 따라 농촌과 도시 주변부를 먼저 공략한 후 최종적으로 도시들을 공략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미국 및 서방과 맞서는 세계전략에서도 일종의 '마오이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도상국이 대다수인 글로벌사우스를 평등한 세계질서라는 깃발 아래 결집시켜 미국과 서방에 맞서겠다는 것입니다. 유엔 등의 국제 포럼에서 미국의 일극 패권을 비난하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제창하고, 글로벌사우스를 포럼에 적극 참여시키기 위해 브릭스(BRICS), G20, 상하이협력기구 등의 회원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합니다. 중국의 세계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한때 세계질서를 규정했던 미국 '일극체제'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합종연횡'하는 외교의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2023.08.23.[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 도착하고 있다. 2023.08.23.


2021년 9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중요한 연설"을 했을 때, 그 내용은 듣기 좋은 상투적 표현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필요하며 경제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별로 없어서 세계 언론은 대체로 이 연설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후 그 내용이 구체성을 점차 갖게 됨에 따라 그 연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 시진핑이 그 연설에 기반해 '글로벌 발전 구상'이라는 새로운 계획을 제안했기 때문인데, 이 구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대안적 세계질서를 위한 중국측 청사진의 기초로 인정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발전 구상'은 개발도상 국가들을 위해 발전을 도모하고 빈곤을 줄이고 보건을 개선하는 중국 주도의 계획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제안한 두개의 후속 구상, 즉 '글로벌 안보 구상'과 '글로벌 문명 구상'과 함께 '글로벌 발전 구상'은 글로벌사우스의 지지를 모아내기 위한 중국의 가장 대담한 움직임이며, 이렇게 모아낸 지지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유엔에서 중국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측 관리들과 평론가들의 설명이다.

"[시진핑의 구상들은] 2차세계대전 이후 서방이 함께 만들어낸 세계질서의 규범들을 다시 쓰겠다는 중국의 가장 명확한 의사를 보여줍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위지에(余杰)의 말이다.



"이러한 구상들은 국제관계 안에서 자신이 운신할 공간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데, 중국은 서방과의 관계가 향후 10년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과 평론가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청사진에 있어서 열쇠는 중국 주도로 여러 나라들을 여러 그룹으로 묶어낸 후 각 그룹을 확대하고 자금도 대주면서 중국의 리더십을 서서히 제도화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전략의 목표는 대체로 두 개로 나뉘어지는데, 첫번째는 세계의 많은 지역이 중국의 통상과 투자에 문호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개도국)들의 투표를 활용해 중국의 힘과 가치를 세상에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위한 중요한 관련 사항이 있는데,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강해진 리더십 추구를 통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명운을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152개국은 이른바 선진국들보다 최근 20년간 인구 규모, 인구 증가율, GDP 증가율, 구매력평가(PPP)로 잰 세계경제성장 기여도 등 여러 지표에서 앞서 있다.


중국의 동우증권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에 대한 수출분 합계보다 더 많이 '일대일로' 관련 개도국들에게 수출했다.

2021년 어느 국제포럼에서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개도국 가족의 영원한 일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국제질서에서 개도국들의 대표성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개도국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국제기구들의 리스트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G20는 물론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가 아니다. 중국은 자신이 주도하고는 독자적인 그룹 몇몇의 회원국 수를 확대하고 그 존재감을 제고하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려는 중국공산당의 노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스탠포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쉬청강(許成鋼)의 말이다.

"권위주의 정권을 갖고 있는 개도국들, 특히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갈등하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와 대외 정책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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