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비구이위안이 지은 쇼핑몰. 문을 닫은 상태다. /로이터=뉴스1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올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인 489억위안의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어난 2260억위안(약 41조원)이었다. 비구이위안은 작년 상반기엔 6억1200만위안(약 1109억원) 흑자를 냈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록한 67억위안(1조2100억원) 손실에 비해서도 올 상반기 손실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비구이위안의 총 부채는 1조3642억위안(약 247조원)이다. 당장 막아야 할 채권 원리금은 157억200만위안(약 2조8500억원)이다. 내달 2일 만기가 돌아오는 39억위안(약 7100억원)에 대해서는 40일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지불하지 못해 쇼크를 촉발시킨 달러채권 두 종에 대한 이자도 유예기간 30일 시한이 다가온다. 9월, 10월, 연말, 내년 초까지 만기도래 채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비구이위안 측은 외신에 "그룹 유동성은 판매와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인해 전례없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재무실적이 계속 악화하면 채무상환 의무를 다할 수 없으며,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존속 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셈이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디폴트를 선언한 헝다와 경쟁했던 민간 부동산기업이다. 헝다가 중산층을 겨냥한 반면 비구이위안은 교육열이 높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부동산 사업을 벌여 승승장구했다. 학교와 유치원을 운영하는 계열사 브라이트 스칼라 에듀케이션그룹으로 2017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게 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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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부동산 억제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토지사용권 구입과 건설자재 등의 비용 지불에 엄청난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인데 돈줄이 막혔다.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가 끊겼고 회사 재정난은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쇼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다양한 부동산 부양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기적 처방을 통해 사태가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중국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집을 산 사람에게도 생애 첫 주택구매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광저우와 선전은 중국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중 처음으로 주택담보 대출 요건을 완화했다. 광저우시는 성명을 통해 "더 많은 주택 구매자가 이전 신용거래 기록과 상관없이 생애 첫 주택 구매의 대출 우대 금리를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선전시도 "31일부터 주택구매자들에게 과거 대출기록과 관계 없이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