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병실 없어 '우당탕탕'…"팬데믹 또 온다" 고삐 죄라는 전문가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박정렬 기자, 정기종 기자 2023.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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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코로나 종식 선언, 1319일 팬데믹이 남긴 것(下)

편집자주 이달 31일 코로나19(COVID-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조정한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단 의미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또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끝이 아니라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방역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점검할 시간이다.

코로나 연구에 고작 400억…변변한 약 하나 없는 韓, 국산화 꿈은 멀다
백신·병실 없어 '우당탕탕'…"팬데믹 또 온다" 고삐 죄라는 전문가들


400억9086만1040원.

질병관리청이 2020년부터 코로나19(COVID-19) 관련 연구에 들인 돈이다. 수조원을 투자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때문인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변변한 치료제 하나 못 만들었다.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은 잦은 변이에 대응하지 못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은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과 치료제를 국산화했다.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내려가면서 팬데믹(감염병대유행)은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한국의 '보건 안보' 대응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신·치료제 주권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인수합병(M&A) 등으로 내실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0일 머니투데이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질병관리청 코로나19 관련 연구 용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연구에 투입한 돈은 400억9086만1040원이다.



4년간 115개 연구 용역이 수행됐다. '지역사회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처럼 백신·치료제 개발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치료제 후보물질 효능을 평가하거나 mRNA 등 백신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의 추가접종 연구에 32억원,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효능 평가에 11억원 등이 사용됐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에 국산 기술로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각각 하나밖에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49,350원 ▲100 +0.20%)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지난해 6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셀트리온 (176,800원 ▼1,600 -0.90%)의 '렉키로나'가 항체치료제로 2021년 2월5일 허가됐다. 렉키로나는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가 없어 대유행 초기에만 잠깐 사용됐다. 스카이코비원은 접종 희망자가 없어 사용되지 못한 채 연말까지 초도 물량 대부분이 폐기될 예정이다.


지금도 여러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꿈을 놓지 못한 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 개발에서는 셀리드 (2,040원 ▼130 -5.99%)유바이오로직스 (12,070원 ▲40 +0.33%)의 후보물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직 1/2상의 초기 단계다.

치료제에서는 일동제약 (13,020원 ▲110 +0.85%)과 일본의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한 '조코바'와 현대바이오 (18,010원 ▼20 -0.11%)사이언스의 '제프티'가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품목허가를 받을진 미지수다.

백신·병실 없어 '우당탕탕'…"팬데믹 또 온다" 고삐 죄라는 전문가들
기약 없는 승인을 기다리는 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제약사는 일찍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국산화를 마쳤다.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는 일본에서 허가받아 경증환자 치료제로 현재 사용 중이다. 또 다른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는 최근 일본 최초의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특히 일본이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한 건 보건 안보 측면에서 굉장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mRNA 플랫폼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경험은 이후 다양한 변이주는 물론 또 다른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며 "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백신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보건 안보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월 국가 백신 개발 및 생산 전략을 채택했다. 5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700억엔,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미국이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23억달러(약 3조원)다. 미국 정부 지원액과 비교하면 일본의 재정 지원은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돈보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력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시험을 지원하고자 책정한 예산은 893억원이다. 하지만 집행된 금액은 8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돈이 실제로 지원된 임상 시험은 '0건'이다. 그 어떤 기업도 백신·치료제 개발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예산 집행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원할 만한 기업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제약 역사에서 국산 신약은 36개, 지금 시장에서 쓰이는 건 1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R&D는 강한 편이지만 신약을 상업화한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신약 개발 역사는 '실패로 쌓은 무덤'과도 같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한 데 뭉쳐서 커다란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다들 각개전투만 하다 끝난다"며 "일본은 대기업 M&A와 같은 방법으로 기업을 최적화, 효율화해서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어 냈는데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유행 미리 잡자"…감시기관 확충, 하수 검사 '동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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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2급에서 4급 감염병으로 하향하는 것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상징과 같다. 방역의 목표가 감염병의 '감시'로 전환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의 출현과 이에 따른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 당국은 한시적으로 '다층 감시'라는 특화한 방역 체계를 운영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침이다.

3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감염병 등급을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에볼라, 탄저균처럼 생물테러에 쓰이거나 치명률이 높아 음압 격리가 필수적인 1급부터 △환자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격리가 원칙인 2급 △발생 감시를 위해 24시간 이내 환자를 신고해야 하는 3급, 나머지는 4급 감염병으로 분류한다. 1~3급은 모든 의료진이 환자 발생 즉시 또는 하루 이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4급 감염병은 지정된 의료진에서만 환자를 집계하고 유행 기간이 아닌 이상 주 1회 보고하는 등 기준이 좀 더 느슨하다.

현재 4급으로 지정된 법정 감염병은 총 23종이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하는 독감(인플루엔자), 감기(급성호흡기감염증), 수족구병을 비롯해 △살모넬라균이나 비브리오균 등으로 인한 식중독인 장관감염증 △회충, 편충 등으로 인한 기생충 감염병 △매독, 임질,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증과 같은 성 매개 감염병 △항생제로 죽이기 힘든 '슈퍼 박테리아' 감염까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감염병이 대부분 4급에 속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감시 중심의 4급 감염병은 백신·치료제 등 의료 대응 역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심각한 유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정한다"라며 "코로나19의 경우 현재 확진자 치료가 잘 이뤄지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전수조사를 지속하기에는 의료기관의 업무 부담이 크고 투입되는 재정이 상당해 이제 독감과 동급으로 관리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염병 분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2009년 1급이었던 신종플루도 지금은 4급인 계절 독감으로 분류·관리되고 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가 오는 31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힌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3.08.23.[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정부가 오는 31일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힌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3.08.23.
다만 방역 당국은 코로나19가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3만명대를 오가는 등 유행이 지속되는 점, EG·5와 BA. 2.86 등 변이가 지속해서 출몰하는 점을 감안해 기존의 4급 감염병보다 더욱 촘촘한 감시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른바 '다층 감시체계'다. 김정연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국립보건연구원 치료임상연구과장)은 "전수감시에서 한 번에 표본감시로 전환하는 대신 환자 발생 동향과 바이러스 유행 양상을 보다 세부적으로 확인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위험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층 감시체계는 크게 '코로나19 검사 양성자 감시'와 '하수 감시'로 구성된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코로나19 검사 양성자 감시'에는 현재 독감 표본감시 참여 기관(196개)의 2배가 넘는 527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지역별·연령별·성별 발생 동향을 보다 세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이 중 107곳에서는 병원체 분석을 동시에 시행해 변이 바이러스 유행 양상을 모니터링한다. 집계는 일일 단위로, 발표는 주간 단위로 이뤄진다. 김 팀장은 "전국 시도별로 인구 10만명당 1개소를 지정하며 호흡기 환자가 많이 찾는 1~3차 병원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라며 "올해 1~7월까지 전수감시와 양성가 감시의 확진자 발생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증가·감소 경향이 일관되게 관찰됐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64개 하수처리장에서 주 1회 하수를 수거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감염성 병원체를 감시하는 하수(下水) 감시도 지속한다. 기침·가래와 같은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바이러스는 검출돼 감염병 발생 신고 대비 1주 이상 조기 감지가 가능하고, '살아있는'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라 인체를 떠나 '죽은' 바이러스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어 평가의 민감도 역시 높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실제 하수 감시에서 획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와 확진자 발생은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

코로나19는 감염병 등급 하향 후에도 기존과 동일한 예방 수칙이 적용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밀접·밀집·밀폐 등 3밀 환경에서는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전후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주기적인 환기 등 방역 수칙 실천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등 입소형 감염 취약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서유빈 교수는 "4급으로 하향됐다고 안심하지 말고 고위험군은 자율적으로 감염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넥스트 펜데믹 또 온다…"지난 3년간 배운 것 있어야"

백신·병실 없어 '우당탕탕'…"팬데믹 또 온다" 고삐 죄라는 전문가들
길었던 팬데믹 터널을 지나 일상회복을 향한 첫 발을 내딛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는가'라는 질문에 합격점을 주긴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팬데믹 당시 효과적 환자관리 대안으로 떠올랐던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여전히 논란에 중심에 있고, 다음 팬데믹에 병상부족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신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국가 경쟁력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다음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일상회복을 향한 희망가 보다는 지난 3년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은 국내 의료체계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의료선진국을 자부했었지만, 부족한 의료진과 시설은 변이주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병상 부족 사태를 낳았다. 대다수 의료 전문가들이 다음 팬데믹 도래를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일반 병상의 중환자 병상으로의 유연한 전환과 전염병 대응에 용이한 소인실 비중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대과)는 "환자가 급증했던 5차 대유행 당시 민간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기관 보다 7배가 많은 중증환자를 감당했다"며 "특히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은 모든 병상을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감염병위기관리전문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과 인력면에서 다음 팬데믹엔 지금보다는 더 잘 준비를 해야한다"며 "국내 병실의 70% 이상은 3인실 이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렵겠지만 모든 병실을 2인실 아래로 낮추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의료부담을 덜었던 비대면진료도 제자리로 돌아간 상태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법제화를 추진해 왔지만 지난 24일 이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에 보류 판정이 내려지면서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내달 시범사업 진입을 앞두고도 초진 여부와 미비한 안정장치및 시스템 구축 등의 사안을 두고 현장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있어 산업적·경제적 활성화보다는 안전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되고 국민의 건강권이 최우선 돼야 한다"며 "제도화 논의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 방안을 비롯해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신·치료제 역량 강화 나선 美·英…제도 이상의 실질적 지원 필요성 부상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5월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화이자의 mRNA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가 준비돼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5월 서울 종로구보건소에 화이자의 mRNA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가 준비돼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팬데믹 대응에 핵심 무기가 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지원 현장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혁신제품 개발 가속을 지원하는 규제과학혁신법 등을 통해 내년 2월부터 신종 감염병 치료제 등의 신속한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지만,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개발을 촉진할 수준의 실질적 지원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공격적 투자를 통해 넥스트 팬데믹 대응을 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역량 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가속화를 위해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넥스트젠'을 발표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민간과 협력해 백신·치료제 개발에 있어 초기 연구부터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를 포함해 미래 공중보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위협들로부터 향상된 방어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그 첫번째 지원대상과 과제를 선정 및 발표해 14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상은 4개 기업의 백신 2b상 임상, 예방 목적의 차세대 단일클론 항체 개발(리제네론), 비영리단체 팬데믹 대응 가속화 기술 개발 지원 등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지난 7일 질병 피해를 완화하는데 시급한 백신 개발을 위한 '백신개발평가센터'(VDEC)를 설립했다. 2개의 첨단 실험실을 기반으로 연간 1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한다. 백신 개발 기술력 제고는 물론,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이돼 또 다른 팬데믹으로 확산될 수 있는 '질병 X'(Disease X) 대응이 핵심 역할이다. 백신개발평가센터를 중심으로 현재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를 사전 대비한다는 목표다.

국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비교적 영세한 바이오벤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 개발에 정부의 힘을 보탤 필요성이 강조된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반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 중소 바이오벤처에서 시가총액 60조원에 이르는 대형사로 성장한 모더나의 성공 모델 국내 재현을 위한 타깃형·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정부가 mRNA 백신 임상 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1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앞세워 mRNA 백신 패권을 잡은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41조원을 투입했다. 국가 경제 및 산업 규모를 감안해도 눈에 띄는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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