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화채널이 열린다…"中도 톤 달라져" 지속화가 관건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정혜인 기자 2023.08.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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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이 수출통제 시행 정보교환을 위한 상시 대화 플랫폼을 만든다. 통상·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실무그룹도 구성한다. 러몬도 장관은 방중 기간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리창 국무원 총리 등도 만날 예정이어서, 경제분야에서 추가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지나 러몬도(왼쪽) 미국 상무부 장관과 후허핑 중국 문화여유부장이 29일 베이징 문화여유부에서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8.29.[베이징=AP/뉴시스] 지나 러몬도(왼쪽) 미국 상무부 장관과 후허핑 중국 문화여유부장이 29일 베이징 문화여유부에서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8.29.


29일 미중 양국 정부과 양국 외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전날 4시간이 넘도록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과 만난 데 이어, 이날 후허핑 문화여유부 부장을 만나 회담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중 허리펑 부총리와도 마주앉을 것으로 알려졌다. 방중기간 대부분을 할애해 중국 경제라인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있다.



러몬도 장관과 왕 부장은 전날 회의에서 경제·무역 분야에서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무부 간의 새로운 소통 채널인 차관급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했다. 협의체는 1년에 두 차례 열리며, 첫 회의는 내년 미국에서 개최된다. 장관이나 장관급에서 상업 및 경제 문제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소통한다. 1년에 최소 한 번은 대면 회의한다.

러몬도 장관은 회의 이후 "양국이 구체적인 대화에 동의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이며, 공식 채널을 갖게됐다는 점이 특히 의미있다"고 했다. 왕 부장도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 이 말을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고 못박았다.



미국은 지난 9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3대 분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채택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도 구체화하는 중이다.

양국 관계가 날로 얼어붙는 가운데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통해 수출통제 시행 정보교환이 결정된 거다. 관련 첫 회의도 29일 곧바로 개최됐다. 미국 측에서는 매튜 액설로드 상무부 수출집행담당 차관보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회의에 대해 "미국의 국가 안보정책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플랫폼"이라고만 했지만,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 시스템을 설명하고 의사소통이 개선될 것"이라며 "양측이 각자의 법률에 의거해 수출통제 정보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날 회의에서도 양국은 상당한 성과를 내는 가운데 적잖은 의견차도 확인했다. 러몬도 장관은 회의 후 "수출통제는 국가안보 및 인권에 명확하게 영향이 있는 기술을 대상으로 매우 좁게 설정됐으며 중국 경제성장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미국의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와 반도체정책 등에 대해 중국 정부가 엄중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간 간극에도 불구하고 무역 분야에서 소통채널이 열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 류샹 연구원은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러몬도 방중의 결과물들이) 중·미 대화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국이 안정적으로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전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클 하트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내가 참석한 모든 회의에서 중국은 '모든 것은 미국 잘못'이라고 말하며 시작했는데, 이제는 톤이 달라졌다"며 "정부 관리들이 미중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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