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성장세 꺼졌다…'퀵커머스' 시장 재편 조짐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3.08.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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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시내 쿠팡이츠 사무실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사진= 뉴스1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시내 쿠팡이츠 사무실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사진= 뉴스1


코로나19 시기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던 일부 유통업체들이 좀처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으로 수요가 감소한 데다가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비용을 투자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에 MFC(도심형 소형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퀵커머스 사업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다음달 1일까지 퀵커머스(즉시배달) 사업인 '쿠팡이츠마트'의 배달 서비스 지역을 송파·강동 일부 지역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 서비스 지역이었던 강남·서초에서는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쿠팡이츠가 퀵커머스 사업을 축소하는 이유는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절 급성장하긴 했지만 재택근무, 집밥 문화가 보편화됐던 당시 상황과 달리 오프라인 소비 활성화로 퀵커머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비효율적인 서비스를 유지하기보다는 본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이츠는 "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주기 위해 서초·강남 지역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라며 "이 외의 서비스는 유지되며 추후 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지난해 4월 '쓱고우' 1호점을 론칭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논현점·역삼점 등 2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사업 초기만 해도 공격적인 이벤트를 통해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퀵커머스 수요가 줄어들며 사업 확장을 향한 의지도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파일럿 테스트 차원의 근거리배송 시범사업으로 아직 추가 오픈·정식 출시 관련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SSM 업체들은 꾸준히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 중이다. SSM 점포들이 MFC 역할을 할 수 있어 퀵커머스 사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21년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최근에는 배달의민족과도 제휴해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GS더프레시도 지난달 네이버 장보기 채널에 입점하는 등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지난해 11월 온라인신속배송 서비스 브랜드 'e마일'을 출시한 바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퀵커머스를 위해 MFC를 지으려면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투자한 만큼 돈을 회수하기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판단에 사업 축소나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SSM은 도심 곳곳에 있는 기존 점포를 MFC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퀵커머스 사업에 적합한 형태여서 꾸준히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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