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시장 잡는다" '농슬라'에 뭉칫돈…'추격자' LS엠트론 패기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8.3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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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LS엠트론이 글로벌 농기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LS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지만, 지속 투자와 첨단 기술을 양손에 쥐고 선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각오다. 선두에는 트랙터가 섰다. 자율주행·작업용 등 차세대 제품군부터 인기가 급성장 중인 중소형 제품군까지 라인업도 지속 확대 중이다. 올해 실적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S엠트론은 트랙터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달 한국마사회와 손잡고 말(馬) 산업에 특화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자율작업 트랙터 '스마트렉'을 양산하고 김제에 트랙터 작업기(연결 기기) 공장을 세운 지 2개월 만이다. 또 '농슬라'(농기계+테슬라)로 불리우는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투자 확대는 실적으로 드러난다. LS엠트론의 성적표는 2020년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0년 8306억원이던 연 매출은 2021년 1조 380억원, 2022년 1조 2095억원으로 지속 확대됐다. 영업이익도 2021년 10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502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2위 업체인 영국 CNH와 5000여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글로벌 농기계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은 걸음마 단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글로벌 농기계 시장 규모는 1570억 달러(한화 약 207조원)로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도 3년 이상 벌어졌다.



특히 트랙터는 농기계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농업생산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미국 등 국토 면적이 넓은 국가에서는 정원을 가꾸거나 경마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보수가 어렵고 고급 기술이 필요해 선진 기업들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존 디어(16.1%)나 CNH(9.4%), 일본 쿠보타(8.2%) 등이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LS엠트론이 차세대 트랙터 투자를 서둘러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자율주행·작업 트랙터나 친환경 트랙터 등 차세대 제품은 선진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존 디어는 10여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무인 트랙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쿠보타도 GPS(위성항법장치)를 탑재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핵심 거점으로는 세계 5대 트랙터 시장인 브라질이 꼽힌다. LS엠트론은 2013년 브라질에 한국·중국에 이어 3번째 생산 공장을 구축한 뒤 생산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해 왔다. 지난해 74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도 판매 대리점과 영업점을 늘리고 있다. 브라질을 거점으로 현지 시장은 물론 중남미 전역에서 핵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산업의 제조 경쟁력에 비해 농기계 분야의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세계 시장의 평가"라면서 "LS엠트론이 트랙터 분야 투자를 늘리는 것을 마중물로 연구개발 지속 확대를 통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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