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80% 침수, 하늘엔 지붕이 휙휙…'1800명 사망' 美 최악 허리케인[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3.08.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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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도시 80% 침수, 하늘엔 지붕이 휙휙…'1800명 사망' 美 최악 허리케인[뉴스속오늘]


2005년 8월30일 미국에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상륙했을 당시 모습./사진=SBS2005년 8월30일 미국에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상륙했을 당시 모습./사진=SBS
2005년 8월30일.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해 1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0억달러가 넘는 재산 피해가 났다. 카트리나 허리케인은 미국 남동부를 초토화 시킨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꼽힌다.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 미국 휩쓸어...인재가 키운 재앙
2005년 8월29일 카트리나는 루이지애나에 상륙했다. 가장 강력한 5등급 허리케인으로 시속 165마일(230㎞)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해 30일에는 미국 남부를 강타했다. 강풍은 물론 10인치 이상의 폭우를 쏟아붓고 20피트(6미터) 높이의 파고가 몰아쳤다.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풍속은 시속 280km를 기록했다.



카트리나의 위력은 대단했다. 도시 전체가 물바다로 변해 버렸고 한 건물 옥상은 누전으로 불까지 났다. 최대 피해가 우려됐던 뉴올리언즈에서는 이재민들이 머물던 슈퍼돔의 천장이 찢겨나갔고 도시의 80%가 침수됐다.

강풍에 찢겨지고 떨어져 나간 주택의 지붕과 건물의 유리창, 간판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뉴올리언스 지역 30만명을 비롯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바마에서 67만 명에게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CNN 등 미국 TV들은 3개주에서 140만명이 긴급 대피해 텅빈 시가지 모습과 강풍으로 요동치는 교통 신호등, 폭풍우로 쓰러지거나 떠밀려간 가건물 등 을씨년스런 상황을 실시간특보로 전했다.

특히 카트리나가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시설이 집중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일대를 강타해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사진=SBS 방송/사진=SBS 방송
카트리나의 피해가 커진데는 인재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에 엄청난 재정을 쏟고 있어 재정난이 나비효과로 뉴올리언스 제방이 홍수 방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운하 공사로 지반이 악화된 상황에서의 간척 사업으로 뉴올리언스 일대가 해수면보다 낮아져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총 125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냈다. 때문에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자연 재해 중 하나가 됐다.


피해도 피해지만 미국이 선진국답지 못한 대응을 보여줬다는 비판도 많았다. 초강력 허리케인이 몰려오는데도 휴가를 즐긴 부시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초기 상황파악과 대처에 실패한 리더십이 얼마나 사태를 악화시키는지 보여줬다.

뉴올리언스를 둘러싼 제방이 붕괴될 가능성도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예방 대책은 고사하고 오히려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던 미국 행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또 다른 안전불감증 속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예방이 실패한 곳에 대피구호 응급복구 등 대응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 리 만무했다.



카트리나 이후도 문제...인종차별 문제까지 대두
【뉴올리언스=AP/뉴시스】지난 2005년 9월11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물에 잠긴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의 로어 닌스 워드의 항공사진(왼쪽)과 10년 후인 2015년 7월29일 로어 닌스 워드의 항공사진. 10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로어 닌스 워드을 강타하기 전 로어 닌스 워드는 뉴올리언스의 외곽에 근로자와 흑인이 많이 사는 주거지였다. 2015.08.28【뉴올리언스=AP/뉴시스】지난 2005년 9월11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물에 잠긴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의 로어 닌스 워드의 항공사진(왼쪽)과 10년 후인 2015년 7월29일 로어 닌스 워드의 항공사진. 10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로어 닌스 워드을 강타하기 전 로어 닌스 워드는 뉴올리언스의 외곽에 근로자와 흑인이 많이 사는 주거지였다. 2015.08.28
카트리나 허리케인의 문제는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피해를 입은 저지대의 주민 대부분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구호 대응에 늑장을 부렸다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몇일이 지나서야 상황 파악을 하고 피해지역 순방도 대충대충하고 변명거리만 늘어놓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나름대로 보수 세력에서 국모 취급을 받던 부시의 어머니인 바바라 부시가 수재민을 비하했다는 구설수까지 올라 수재민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당시 미국 언론은 물에 잠겨 식량을 구하는 사람들의 사진에 흑인인 경우 '약탈(loot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백인인 경우 '식량 발견(find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인종 관련 편견을 담는 모습을 보여 미국 유색인종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심지어 침수지역을 벗어나 고지대로 피하려고 하는 수재민들에게 경찰이 총으로 협박해 쫓아내거나 슈퍼돔과 컨벤션 센터에서 폭염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수재민들을 못본체 방치하는 등 온갖 문제가 터졌다.

또 9.11 테러 당시의 미국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 데 비해 이 당시 뉴올리언스는 오랜 기간 동안 약탈이 곳곳에서 벌어지는무정부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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