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그룹이 '꼴찌'로 전락했다. 임 회장이 취임한지 5개월만의 결과다. '외부 인사여서 과거는 책임질 필요 없다', '5개월은 평가를 하기엔 짧다'라고 할 수 있지만 '꼴찌'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실적도 '꼴찌'다. 상반기 우리금융 순이익은 1조538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7% 감소했다. 5대 금융그룹 중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우리금융과 신한금융뿐이다. 신한금융의 순이익 감소폭은 2.1%다. 순이익 규모도 △KB금융 2조9967억원 △신한금융 2조6262억원 △하나금융 2조209억원 등과 비교해 앞자리부터 다르다. 행시 후배인 이석준 회장이 이끄는 NH농협금융 1조7058억원보다도 적다.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라는 변명만으로는 실적 부진이 모두 설명되진 않는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상반기 순이익은 1조47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3% 줄었다. 신한은행도 이익이 줄었지만 감소폭은 0.1%다. 우리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영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임 회장은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금융당국에 보여줬지만 실적 부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를 내려놓았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금융지주 회장의 몫이다.
'꼴찌'를 기록했지만 임 회장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외부 환경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지난달 경영전략워크숍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손편지에서 "실적부진의 1차적인 책임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이라고 했다. '역시 임종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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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꼴찌' 탈출 해법은 그동안 봐왔던 '임종룡'과는 거리가 멀었다. 임 회장은 "영업확대뿐만 아니라 전 그룹이 비용 효율화에 나서서 손익실적을 최대한 달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많이 벌고 아껴 쓰겠다는 얘기인데 방점은 '비용 절감'에 찍혔다. 한국의 불황형 성장 해법으로 '수입 축소'를 제시한 꼴이다. 비용 절감을 강조하다보면 현장에서 많이 벌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은 어려워지고 직원 사기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비용 절감'은 미래를 갉아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임 회장이 M&A(인수합병)에 수조원을 쓰겠다고 하면 '이해'하기보다는 우리금융 주식을 팔고 나갈 주주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과점주주를 비롯한 주주 설득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임 회장이 함께 할 '우리'편을 점점 밀어내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