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흉상' 이전에 육사 선후배 설전…"장관 사퇴"vs"구태 정치"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2023.08.28 09:19
글자크기

[the300]

=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최근 육군사관학교(육사)가 홍범도, 김좌진 장군 등 독립 영웅 총 5인의 흉상을 철거 또는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육사 선후배끼리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육사는 지난 25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1일 교내에 설치했던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 또는 교내 다른 장소나 교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육사 40기)은"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이 흉상 이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3.08.15.[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3.08.15.
이에 이종찬(육사16기) 광복회장은 지난 27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임을 충고한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친손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독립 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 등 흉상으로 대치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분(백 장군)은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했지만, 당신이 철거한다는 다섯 분의 영웅은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라를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시작했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사드 정상화 방해 철저 조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국회 국방위원 합동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7.09.[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사드 정상화 방해 철저 조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국회 국방위원 합동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7.09.
그러자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차장을 지낸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신 의원은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저버린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하실 능력이 없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신 의원은 육사 37기로 이 회장의 21기 후배다.

신 의원은 "무엇을 민족적 양심이라고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광복회장님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육사 정체성의 으뜸인 6.25 전쟁을 지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그러면서 "생도들이 매일 공부하러 가는 종합강의동 현관 앞에 (흉상을) 설치했다.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하란 소리냐"며 "독립운동가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모시는 게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것이냐. 육사에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웅들을 우선적으로 모신다고 국방부 장관이 사퇴해야 하느냐"고 했다.


신 의원은 "육사는 공산주의 침략과 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정에서 탄생했고 성장했다"며 "6·25 전쟁을 빼곤 존재할 수 없는 학교"라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께서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의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건국 운동이다. 수많은 고귀한 피의 대가가 왕정복고나 공산국가가 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라며 "군의 대선배님이신 광복회장께서 의견이 있으시면 한참 후배인 육사교장이나 국방장관을 만나서 얘기하는 게 옳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