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방수현도 못한 '韓 새 역사' 썼다 '단식 金' 쾌거... 서승재-채유정도 20년 만에 혼복 우승 [BWF 세계선수권]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08.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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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27일 카롤리나 마린과 BWF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안세영이 27일 카롤리나 마린과 BWF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포디움 최상단에서 미소 짓고 있는 안세영(왼쪽에서 2번째). /AFPBBNews=뉴스1포디움 최상단에서 미소 짓고 있는 안세영(왼쪽에서 2번째). /AFPBBNews=뉴스1
안세영(21·삼성생명)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배드민턴을 주름 잡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51)도 해내지 못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7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6위)을 2-0(21-12, 21-10) 완파하고 정상에 섰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방수현조차 1993년 영국 대회에서 준우승이 가장 뛰어난 성적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안세영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얼마나 굵직한 획을 그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안세영. /AFPBBNews=뉴스1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안세영. /AFPBBNews=뉴스1
안세영(오른쪽)이 마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안세영(오른쪽)이 마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너무도 싱거웠던 결승, '독보적 1황' 안세영... 한국 배드민턴 새 역사를 썼다
방수현 이후 30년 만에 진출한 결승 무대. 그러나 오히려 이전 무대들보다도 손쉬웠다.



1세트 4-4로 팽팽하게 이어지던 상황에서 안세영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몸을 던지면서까지 상대 공격을 걷어내는 '늪 수비'를 펼쳤다. 좀처럼 빈공간을 찾지 못한 마린은 더 구석구석을 공략하려 했지만 라인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순식간에 10-4까지 달아났다. 긴장이 풀린 듯 몸 놀림이 경기 초반보다 한층 가벼워졌고 특유의 네트 플레이와 끈질긴 수비를 통해 얻어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던 마린도 속수무책이었다. 안세영은 이후 좀처럼 흐름을 내주지 않고 21-12로 가볍게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선 10-10으로 중반까지 더 박빙의 흐름이 펼쳐졌으나 분위기는 한순간에 기울었다. 안세영이 못 받아낼 공격은 없었고 반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들은 속속 상대 진영에 꽂혔다. 순식간에 달아난 안세영은 이후에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21-10으로 경기를 끝냈다.


1977년 창설된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한국 최초 여자 단식 우승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제 한국의 배드민턴 역사에서 안세영은 지울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안세영. /AFPBBNews=뉴스1안세영. /AFPBBNews=뉴스1
안세영. /AFPBBNews=뉴스1안세영. /AFPBBNews=뉴스1
2023년은 안세영의 해,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안세영은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19년 프랑스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을 따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은 그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 불의의 부상까지 당하며 '천적' 천위페이(중국)에 일격을 당해 8강에서 탈락했다.

실패는 안세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에서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한 그는 페로두아 마스터즈에서 천위페이를 잡아냈고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정상에 섰다. 지난달 23일엔 한국선수로는 방수현에 이어 29년 만에 코리아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이어 일본 오픈에서도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전까지 올해에만 벌써 7회 우승을 차지했고 당연스럽게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거의 모든 공격을 걷어내는 장점은 여전하다. 올해 들어 안세영을 상대하는 선수들은 공격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만큼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에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공격력까지도 점점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우선 완벽한 수비력을 앞세워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 손쉽게 득점하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 말도 안 되는 수비와 함께 순식간에 흐름이 뒤집히고 공격을 하다가 지쳐버린 상대의 빈틈을 힘들이지 않고 공략해내며 손쉽게 정상에 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 시즌 안세영의 경기에서 불안함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안세영(왼쪽에서 2번째)이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안세영(왼쪽에서 2번째)이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안세영. /AFPBBNews=뉴스1안세영. /AFPBBNews=뉴스1
천적 관계도 모두 청산, 이제는 모두가 안세영을 두려워한다... AG 넘어 파리올림픽까지 '金 0순위'
천적 관계도 모두 청산했다. 안세영의 천적하면 떠오르는 건 천위페이였다. 올림픽을 비롯해 큰 무대마다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지난해 페로두아 마스터즈 결승, 올 전영오픈에서 다시 한 번 천위페이를 꺾어내며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일본오픈 결승에서 격돌한 허빙자오에게도 지난해까진 4전 전패로 약했으나 올해는 5연승을 달리며 오히려 천적 관계가 역전됐다. 이날 결승에서 만난 마린과 상대 전적도 7승 4패가 됐는데 최근엔 5연승을 달리며 우위를 이어갔다.

올 시즌에만 8승을 쓸어 담은 안세영의 다음 목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은 첫 무대다. 중국과 태국, 일본 등 강국들이 나서는 대회인 만큼 충분히 의미도 지니는 대회다.

하지만 이젠 더 먼 곳까지 바라보게 만든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큰 부상이 없는 한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안세영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힐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바꿔가고 있다.

서승재(왼쪽)와 채유정이 혼합 복식에서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서승재(왼쪽)와 채유정이 혼합 복식에서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우승 후 감격스러워 하는 서승재(왼쪽). /AFPBBNews=뉴스1우승 후 감격스러워 하는 서승재(왼쪽). /AFPBBNews=뉴스1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도 우승, '1승 9패' 세계 1위를 울렸다... 20년 만에 금메달 쾌거
배드민턴 혼합 복식 세계 5위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도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 세계 최강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2-1(21-17, 10-21, 21-18)로 제압하며 왕좌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 복식의 계보가 있다. 김동문-라경민과 이용대-이효정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선 2003년 김동문-라경민 조 이후 20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그 역사를 서승재-채유정이 새로 썼다.

안세영과 여자 복식 '킴콩 듀오' 공희용-김소영에 비해 다소 주목도가 떨어졌던 둘이지만 '킴콩'이 동메달에 그친 상황이기에 더욱 기대가 쏠렸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패했던 상대이기에 더욱 설욕 의지가 컸다. 상대전적에선 무려 1승 9패로 좀처럼 승리의 맛을 보지 못했으나 중요한 순간 승리를 거두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감을 확실히 얻었다.

한 세트씩을 나눠가진 3세트 10-8 리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선 서승재-채유정 조는 6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순식간에 흐름을 가져왔다. 세계 1위 정쓰웨이-향야충은 끈질기게 추격해 20-18까지 따라붙었으나 매치포인트에서 서승재의 강력한 공격이 상대 코트에 떨어지며 결국 짜릿한 우승의 맛을 봤다.

채유정(왼쪽)이 우승 후 얼굴을 감싸쥐고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채유정(왼쪽)이 우승 후 얼굴을 감싸쥐고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넘어지며 공격을 받아내는 서승재(오른쪽)와 지켜보고 있는 채유정. /AFPBBNews=뉴스1넘어지며 공격을 받아내는 서승재(오른쪽)와 지켜보고 있는 채유정.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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