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키스 논란' 스페인 축구협회장 "가짜 페미니즘" 사퇴 거부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3.08.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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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79명 국가대표팀 출전 거부...에르모소 "축협이 회유 시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여자축구 월드컵 시상식 당시 등번호 20번을 단 스페인 수비소 로치오 갈베즈(오른쪽)가 등번호 11번을 단 공격수 예니페르 에르모소 옆에서 루이스 루이알베스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 20일(현지시간) 여자축구 월드컵 시상식 당시 등번호 20번을 단 스페인 수비소 로치오 갈베즈(오른쪽)가 등번호 11번을 단 공격수 예니페르 에르모소 옆에서 루이스 루이알베스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여자축구 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의혹에 휩싸인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사퇴를 거부했다. 이에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79명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할 때까지 국가대표 출전을 거부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79명은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스페인 여자축구가 거둔 스포츠 성과가 퇴색해버려 슬프다"며 국가대표 출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일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대 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시상식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페인 선수 예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한 뒤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춰 논란을 일으켰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2일 스포츠매체 ESPN 등을 통해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이었다"며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비난은 가라앉지 않았다. 축구계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성추문에 책임지고 사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가짜 페미니즘", "사회적 암살"이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에르모소가 입맞춤에 동의했다는 것. 그러면서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에르모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라며 "(입맞춤 당시) 대화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상대방 동의 없는 행동으로 누군가 희생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내 의지에 반해, 나 자신뿐 아니라 스페인 여자축구의 역사로 남을 순간에 이런 행동을 저지른 사람을 지지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에르모소는 스페인 축구협회 측에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정당화해줄 만한 말을 해달라고 협회 측에서 여러 번 요구했다"며 스페인 축구협회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조사가 진행 중이나, 스페인에서는 루비알레스 회장을 신속히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사건 직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페인 축구가 망신을 당했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욜란다 디아즈 노동부 장관도 "정부가 나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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