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됐으니 회사 오지마"…육아휴직 진심인 '이곳'의 파격 시도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3.08.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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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울린 기업]③롯데e커머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 정착

편집자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애를 낳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1등 저출산 국가'란 벼랑끝에 섰다. '인구감소'는 '절벽'과 '재앙'을 건너 '국가소멸'이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체념보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으로 판을 바꿀 '룬샷(Loonshot)'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앞으로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업들을 시작으로 출산이 축복이 되는 희망의 알람, '띵동'을 울린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유한다.

"아빠 됐으니 회사 오지마"…육아휴직 진심인 '이곳'의 파격 시도


롯데e커머스에 다니는 A씨는 올해 3월 아빠가 됐다. 대부분의 아빠가 짧은 배우자 출산휴가 후 직장에 온전히 얽매이지만, A씨는 달랐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육아휴직을 썼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롯데그룹은 2017년부터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A씨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육아휴직 기간을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냈다. 집안일을 도맡았고 육아에 전념했다. 육아휴직 한 달치의 통상임금은 회사에서 전액 지원받았다. A씨는 "아내가 정말 많이 만족했다"며 "회사 정책적으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육아휴직에 가장 '진심'인 회사로 꼽힌다. 롯데는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자동 육아휴직제는 별도의 신청 절차나 상사의 결재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다. 롯데는 2017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연장했다. 현행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1년이다.

더 파격적인 제도는 2017년부터 의무화된 남성 육아휴직이다. 이에 따라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 1개월까지는 통상임금 전액을 지원한다. 롯데쇼핑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롯데e커머스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2020년 12명, 2021년 19명, 지난해 18명 등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 기간 한달치의 통상임금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은 보편화된 상황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현재 93%에 이른다. 육아휴직 사용 기간은 한달인 경우가 가장 많다. 김근형 롯데e커머스 컬처팀장은 "정말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남자 직원들도 모두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e커머스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자녀돌봄휴직도 추가로 1년 제공한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연차와 관련해선 자가 결재 시스템을 운영한다. 김 팀장은 "관리자 눈치를 보지 않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며 "구성원을 어른답게 대하는 조직문화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 밖에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의무 근로시간 외에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대신 월 평균 하루 8시간 근무만 충족하면 되는 방식이다. 난임 휴직 1년, 출산 전 육아휴직 사용 제도 역시 시행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산모 과일바구니 지원, 분유 지원 등도 호평받고 있다.


정부도 롯데e커머스의 사내 출산·육아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1일 '인구의 날'에 대통령 표창 대상자로 롯데e커머스를 선정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롯데e커머스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인데, 올해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 포상을 받은 민간 기업은 롯데e커머스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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