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펑' 두 번의 폭발음…탈레반 피하려던 수천명, IS 테러에 숨져[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08.2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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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 소행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AFP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 소행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AFP


이슬람 무장 정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로 가득했던 카불 공항은 IS(이슬람국가)의 폭탄테러로 아비규환이 됐다. 갑작스러운 자살 폭탄 테러에 미군 13명 포함 183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은 카불 공항 현장을 두고 "마치 종말의 날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아비규환의 '카불 공항'…자폭 테러에 183명 사망
2021년 8월26일(현지시간) 카불 공항 외곽에서 IS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IS-K) 소행의 연쇄 자폭 테러가 발생, 총 183명이 사망했다. 첫 번째 폭발은 공항 외곽의 애비 게이트에서, 두 번째 폭발은 미국인들의 대피를 위해 모이는 공한 인근 배런 호텔에서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테러범들의 타깃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을 떠나려는 수천 명의 시민, 그리고 같은 달 31일까지 대피 및 철군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던 미군 등이었다.



IS-K는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 가운데 가장 폭력적인 단체다. IS에서 파생된 IS-K는 IS-K에서 'K'는 오늘날 파키스탄과 이란, 아프간 등 일부 중앙아시아 지역을 뜻하는 옛 지명 '호라산'(Khorasan)을 따 지어졌다. 이번 테러는 탈레반과 사이가 좋지 않은 IS-K가 탈레반의 새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도 해석됐다.

2015년 결성돼 아프간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IS-K는 민간인까지 학살 대상으로 삼는 극단적 테러 조직으로 악명이 높다. 앞서 2020년에는 카불의 한 출산 병동에 침입, 임신부 16명과 산모 16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폭발이 있던 배런 호텔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 후 서방 국가들이 카불 탈출 대기자들을 지내도록 하는 숙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해병대원 10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는데, 이는 2011년 4월 아프간전 당시 8명의 미군이 사망한 이래로 최대 피해 규모였다. 테러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카불 공격에 책임 있는 이들이 지구에서 더는 살 수 없길 원한다"며 공격 책임자들을 색출하고 IS-K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시사했다.

미국, IS-K에 보복 공습…어린이 등 민간인도 숨져
2021년 8월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 소행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가 트럭으로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AFP2021년 8월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 소행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가 트럭으로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AFP
미국의 보복은 테러 직후 같은 달 27일 드론(무인 항공기)을 통해 단행됐다. 공습 장소는 IS-K 집결지로 알려진 아프간의 낭가르하르주(州)였다. 공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마지막은 아니다"라며 추가 보복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실제 미국은 2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또다시 추가 보복 공습을 이어갔다.

두 번째 공습 후 미국은 "폭탄을 싣고 공항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테러 용의자 차량을 공격했다"고 밝혔는데, 해당 공습으로 어린이 7명을 비롯해 민간인 1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고한 민간인 사망에 국제사회의 비판과 미국 내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에 미국 정부는 같은 해 9월17일 당시 보복 공습이 '오폭'이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군 사령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8월29일 공습과 관련, "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비극적으로 사망했다"며 "당시 (공격 대상이 된) 차량과 숨진 이들은 IS-K와 관련이 있거나 미군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케네스 사령관은 "해당 공습은 카불 공항에 있는 미군과 민간인 대피자들을 노린 위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단행됐다"며 "그러나 이는 비극적인 실수였으며, 숨진 이들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이 비극적 결과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AP통신 등 외신은 카불 공항 테러 배후의 지도자가 탈레반에 의해 사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AP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탈레반이 IS-K 고위 지도자를 아프간 남부 IS 근거지에서 사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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