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전통시장. 식당에서 나온 한 남성이 39㎝ 길이의 식칼을 손에 쥔 채 행패를 부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제기파출소 소속 황영현 경장과 동료들에게 검거됐다. 남성 등 위로 올라타 제압하는 황영현 경장(31)./영상=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남성은 골목에 나와서도 욕설을 내뱉고 흉기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위협했다. 겁을 먹은 시민들은 남성을 피해 혼비백산으로 도망쳤다.
황 경장과 동료들은 테이저건 대신 삼단봉을 사용하자고 미리 논의했다. 전통시장은 유동 인구가 많아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잽싸게 남성의 뒤로 이동한 이종범 팀장이 삼단봉으로 남성의 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 순간 흉기가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황 경장은 "흉기에 다치면 어쩌나 걱정할 새도 없이 몸이 바로 반응했다"며 "어떤 경찰관이든 할 수 있는 일이고 다른 경찰관 누구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남성은 무전취식과 협박 등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해 9월 출소해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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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경찰서 제기파출소 소속 황영현 경장./사진=황영현 경장 제공
같은 달 만취 상태로 달려들던 남성을 제압한 경험도 있다. 해당 남성은 지하 주차장에서 행패를 부린 뒤 차에서 잠들었다. 주변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황 경장이 흔들어 깨우자 잠에서 깬 그가 주먹질을 하며 황 경장에게 달려들었다. 차 밖으로 남성을 유인한 황 경장은 업어치기로 단숨에 그를 제압했다. 황 경장은 또 2018년 12월에는 청량리동에 있는 교회에 손도끼를 가져와 부인에게 해를 가하려던 남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에 입직한 8년 차 경찰이다. 의무경찰(의경)로 복무하며 시민들을 도와주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매료됐다. 의경 시절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되고 싶은 게 황 경장의 꿈이다.
황 경장은 "근무복을 입으면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단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먼 미래에 자녀가 '우리 아빠가 경찰'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떤 범죄에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경찰이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