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https://thumb.mt.co.kr/06/2023/08/2023082410105260849_1.jpg/dims/optimize/)
얼마 전 지난 몇 년간 열정적으로 사업을 끌어온 한 창업자에게 건넨 말이다. 꿈의 크기와 달리 이 회사의 매출은 지지부진했고, 실적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했다. 보유 자금마저 바닥이 보인다. 개인 대출까지 받아서 회사를 유지하겠다는 창업자를 마주하며 더 버티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몇몇 포트폴리오 기업은 문을 닫았고, 또 다른 몇 곳들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인정받아온 기업가치보다 더 낮은 밸류를 감수하고서라도 현금을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뉴노멀이 되었다.
투자자로서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빠른 성장과 혁신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꾸준히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투자 전략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투자금이 회수되는 엑시트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기에 안도의 한숨은 쉬고 있다.
우리가 마주치고 또 투자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창업이 처음인 사람들이다.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과 그 뿌리마저도 잘려버리는 환경에서 창업 성공의 확률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처음하는 사람보다야 한번 실패해보고 재도전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우리의 창업생태계를 보며, 혁신 창업가들을 잡초처럼 대해온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본다. 롤모델이 되는 창업가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왔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 안의 무수한 실패와 좌절, 도움과 지원은 리더십과 결과 아래 쉽게 묻히고 만다. 그렇게 우리가 갖는 창업의 신화는 어떤 조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잡초처럼, 싹을 틔울 수 없는 환경에서도 싹을 틔워야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결말은 알고 보니 잡초가 아니라 들꽃이었다는, 아니 거목이었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투자자들의 신화 역시 다르지 않다. 남들은 잡초라 여긴 그 들꽃 혹은 거목을 떡잎부터 알아보았다는 것은 언제나 회자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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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화들이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강력한 스토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신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업자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시스템만큼이나 지금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혹은 실패로부터 다시 도전하려는 창업자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도전, 리스타트, 재창업 등 무엇으로 부르든 말이다. 그것은 뉴노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태풍이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했다. 태풍을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했음에도 그 영향은 달랐다. 피해가 극심한 곳도, 태풍의 영향을 전혀 느껴지 못했다는 지역도 있다. 태풍같은 시장 상황을 마주하며 망연자실한 창업자들이 많다. 그 결과를 온전히 창업가들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 일, 실패한 창업가들이 실패로부터 충분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일, 이런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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