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더 이상 피해자 없어야"- 법무법인 태림 김범식 민사전문변호사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2023.08.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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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침체 속에서 대한민국은 '전세사기'라는 이슈로 뜨겁다. 전세사기 일당을 검거한 경찰들에게는 1계급 특진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전세사기만을 일삼는 조직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전세사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전세계약 체결 당시 집주인이 전세계약 기간이 끝날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다, 혹은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계약 기간 만료 시에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게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전세사기범이 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사기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전세사기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세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라는 민사소송을 통하여 전세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집주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법무법인 태림 김범식 민사전문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태림법무법인 태림 김범식 민사전문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태림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전세사기와 관련된 사건들이 언론을 통하여 집중 보도되면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억울하게 전세사기범으로 몰리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변호를 맡았던 빌라를 소유하고 있던 의뢰인의 경우에도 세금 체납으로 인하여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주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빌라 세입자들이 단체로 의뢰인을 전세사기, 즉 사기죄로 고소했다. 수사기관에 신고된 피해금액은 수십억에 달했고, 피해자들은 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수차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한 영향 때문이었는지 수사기관은 의뢰인에 대한 경찰조사일정을 잡아두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게 됐다.

의뢰인의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이 지금 당장은 전세보증금을 내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해당 △전세목적물에 대하여 경매가 이루어진다면 세금체납부분을 포함한 각 전세목적물의 권리에 대한 보상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전세목적물의 금전적 가치에 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감정 의견서를 증거서류로 제출했고, △전세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세목적물의 매매가격에서 부채로 잡혀있는 부분들을 모두 제외한 가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의뢰인에게 사기에 대한 고의 혹은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의뢰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민사소송을 통하여 다투어져야 할 부분이지 의뢰인을 구속한다거나 형사처벌을 통하여 해결할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다행히도 이런 저의 주장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두 받아들여졌고, 재판부는 의뢰인에 대한 영장청구내용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형사소송, 적어도 구속수사를 할 사안은 아니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기관은 보완수사를 통해 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이라고 했지만,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한 자료들을 확인하고 영장을 청구할 사안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이후 의뢰인에 대한 영장청구는 더 이상 없었다.


전세사기는 명백히 사회의 문제이고, 의도적으로 전세보증금을 편취할 생각으로 사기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명백한 범죄자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한 사람의 범죄자를 더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도 만들지 않기 위해' 제정된 형법의 제정취지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률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길 바라며, 성과를 올리기 위하여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전세보증금 문제를 형사사건으로 입건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등의 보여주기식, 언론 물타기식의 수사진행방법은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어 언젠가는 전세사기, 사기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글 법무법인 태림 김범식 민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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