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좇아 빌린 돈만 '20조원'…증권가, 테마주 신용거래 중단조치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8.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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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권업계가 테마주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 제한에 나섰다. 최근 주식시장에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테마주 급등락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면서 빚투 손실 위험이 높아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올해 초 16조원대였던 빚투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서며 과열되는 상황이다.

테마주 '빚투' 제한 나선 증권가… 맥신 관련주 줄줄이 '신용거래 불가'
대박 좇아 빌린 돈만 '20조원'…증권가, 테마주 신용거래 중단조치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LS네트웍스 (4,325원 ▼45 -1.03%)휴비스 (3,700원 ▼20 -0.54%), 센코 (2,985원 ▲5 +0.17%)의 신규 신용거래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LS네트웍스는 지난달 말 LG그룹주가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계열사들과 동반 급등했다. 지난 16일에는 주가가 14% 올랐다가 17일 29%, 18일 11% 떨어지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3일 종가는 4900원이었다.



휴비스와 센코는 최근 떠오른 맥신 테마주로 분류된다. 휴비스는 17일부터 급등하며 4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센코는 18일(장중)과 21일(종가)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22일에는 하한가 근방에서 끝났다. 23일에도 5% 가까이 떨어졌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센코의 위탁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높이고, 신융융자 불가 종목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현금으로 증거금을 100% 채워야만 센코 주식을 살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도 맥신 테마주에 대한 빚투 제한에 나섰다. 현대차증권은 21일 경동인베스트 (87,400원 ▼1,700 -1.91%)태경산업 (5,900원 ▼50 -0.84%), 나인테크 (3,065원 ▼5 -0.16%), 엑스페릭스 (4,440원 ▲200 +4.72%), 아모센스 (11,510원 ▼310 -2.62%) 등 맥신 테마주의 위탁증거금률을 40%에서 100% 높여 신용 및 대출 거래를 중단했다. 신용보증금률 역시 50%에서 100%로 상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부터 태경산업 증거금률을 30%에서 40%로 높이고, 담보유지비율을 140%로 설정했다. 초전도체 테마주인 비츠로테크 (8,780원 ▼240 -2.66%)에 대해선 담보유지비율을 140%로 정하고, 신규 신용융자를 막았다.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엘앤에프 (161,300원 ▼10,300 -6.00%)포스코엠텍 (21,850원 ▼550 -2.46%), 코스모신소재 (162,000원 ▼16,200 -9.09%)에 증거금률 40%를 적용하고,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들 회사와 함께 2차전지주로 분류되는 포스코DX (41,900원 ▼1,000 -2.33%)는 증거금률 40%만 적용한다.


박스권 장세에 '테마주 광풍'… 빚투 20조 넘었다
/그래픽=유진투자증권./그래픽=유진투자증권.
증시가 이달 들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어닥쳐 위험권에 진입했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대다수 종목이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이슈에 빠르게 반응하는 테마주 수익성이 좋아지고 개인투자자 자금도 몰려간다. 이 때 투자금 조달을 위한 빚투가 수반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초 16조5311억원이었던 신용융자 규모는 이달 17일 20조5573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로 불어났다. 21일 기준으로는 20조2651억원을 기록했다. 시장별 규모는 코스피 10조593억원, 코스닥 9조6791억원이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빚투 현상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8일 임원회의에서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 빚투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이 빚투를 부추기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신용융자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융자 규모와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주가 매우 빠른 주기로 순환하고 있다. 시장이 힘을 잃기 시작한 7월 말 이후 평균적으로 약 9일마다 새로운 테마를 형성했다"며 "최근 매크로 악재로 하락하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 충분히 하향 조정되지 못한 개인들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 등 심리적 요인으로 고위험 종목 수급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7월 말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는 신용융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2차전지주를 비롯해 테마주에 빚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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