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선수에 '강제키스' 협회장…"스페인 축구 망신" 총리도 격분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3.08.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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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전 선수에게 키스하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rtve 영상 캡처)시상식 전 선수에게 키스하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rtve 영상 캡처)


'강제키스'로 논란을 일으킨 스페인 축구협회장에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45)는 여자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축구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스페인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해 사상 처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시상식에서 일어났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수여하면서 여자 선수들에게 볼 뽀뽀, 포옹 등 과도한 애정 표현을 했다. 특히 그는 제니퍼 에르모소와 포옹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이에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국가의 환희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은 에르모소가 당한 강제 키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전세계가 경악한 것은 물론이고 가뜩이나 성차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 중인 스포츠계의 축구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격분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축구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이 지구촌 전체에 생중계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 행동은 완전히 틀렸으며 (실수였음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설렘이 가득했던 순간에 나쁜 의도 없이 한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나 밖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사과한다. 협회장이 되면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회장의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2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회장은 아직도 성평등에 있어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제2부총리 역시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축구에 큰 망신을 줬다.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축구연맹(RFEF)은 당초 여자 월드컵 우승과 관련해 기념 파티 형식의 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루비알레스 회장의 파문으로 이와 관련한 긴급 임시 총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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